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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칸 영화제에 상영된 가상현실(VR) 영화가 '게임물'이라며 정작 한국의 극장에선 틀지 못하게 하는 등의 황당한 규제로 5세대(5G) 킬러 콘텐츠 육성은커녕 발목만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 산업연구원은 '5G 시대, 콘텐츠 산업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실감·인터랙티브 콘텐츠와 클라우드 게임 등 앞으로 뜰 것으로 보이는 분야의 콘텐츠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5G 환경에 맞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플랫폼을 갖추지 못했으니 초기 시장 킬러 콘텐츠를 키우기 위해 전략적인 지원과 규제 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5G 상용화로 증강현실(AR)·VR 및 홀로그램 콘텐츠의 제작이 활성화되고 1인 미디어의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져 초고화질 영상 콘텐츠 수요가 늘고, 스트리밍 서비스 활성화로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빠르게 뛰는데 한국의 대응은 느리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 상용화를 하고도 마땅한 플랫폼 및 콘텐츠 산업 모멘텀(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모습이다.
과도한 규제가 문제라는 지적은 어김없이 나왔다. 보고서를 쓴 박지혜 연구원은 "2018년에 제작된 VR 영화 '화이트 래빗'은 칸 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PC에서 구동된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게임물로 분류돼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했다"며 "국내 VR 콘텐츠 분류기준이 해외의 기준과 맞지 않아 관련 산업 육성에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도 세우지 못했다. VR 콘텐츠 체험장소는 느는데 정작 즐길 콘텐츠는 부족한 실정이다. 테마파크, 체험존 같은 일회성 체험관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대다수다. 국내 AR·VR 기업의 87.7%가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영세 기업인 탓이다.
플랫폼 시장에선 미국의 유튜브, 중국의 틱톡 같은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실감형 콘텐츠 관련 기술 수준은 2017년 기준 미국과 1.4년가량 차이가 난다. 중국의 기술력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전략적인 지원과 규제 정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감형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모색하고, 영세 콘텐츠 기업들이 높은 제작비용, 기반시설 부족, 유통 플랫폼의 불확실성 등의 어려움을 겪지 않게 정부가 선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틱톡,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동영상 플랫폼이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장악한 만큼 토종 플랫폼 개발 및 육성을 위한 기업들의 차별화된 전략도 마련돼야 한다.
박 연구원은 "5G 서비스 보급 초기 단계에서 국내 핵심 콘텐츠를 키우기 위해 해외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토종 플랫폼 개발을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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