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9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우리시장을 방문해 물건을 구입하며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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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크게 '한 방' 당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막아내지 못한 전략 부재와 협상 실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을 이끌었던 황교안 대표 리더십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황 대표는 협상보다는 장외 투쟁과 단식 농성 등 강경 투쟁에 집중했다. 장외 투쟁 과정에서는 지나친 극우 성향을 보이면서 진보와 보수 중간에 있는 중도층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 대통합을 화두로 던졌지만 친박(친박근혜) 세력을 극복하지 못했고, 인적 쇄신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다. 대여 투쟁에 있어서도 황 대표가 직접 나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등 이른바 '3대 친문(친문재인) 국정농단' 이슈화에 나섰지만 큰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공수처법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목숨 걸고 막는다고 수차례 공언하더니만 뭘 믿고 여태 큰소리친 거냐"며 "야당 존재 가치가 없다면 모두 한강으로 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황 대표 직전에 한국당을 이끌었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페이스북에 공수처 설치 법안 통과에 대해 "이 나라를 삼류 국가로 만드는 나쁜 정치, 그리고 이를 행하는 빈약한 역사의식의 질 낮은 지도자가 용납될 것 같은가"라고 비판하면서 이를 허무하게 내준 한국당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앞서 4+1 협의체는 작년 12월 23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30일에는 공수처 설치법을 한국당을 뺀 채 표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맞섰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작년 12월 30일 공수처법 표결에서는 무기명 투표로 4+1 협의체 이탈표를 유도해 부결을 기대했지만 무기명 투표 자체가 무산되자 본회의장에서 무기력하게 퇴장했다. 특히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나를 밟고 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국회 로텐더홀에 깔고 무기한 농성까지 했지만 결국 '패싱'당했다.
21대 총선이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향후 대여 투쟁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뾰족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한국당과 황 대표의 최대 고민이다. 한국당은 공수처법 통과 직후 3시간에 걸친 마라톤 의원총회 끝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상 의원직 사퇴가 현실화하려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돼야 하며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실행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결국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반발과 저항 의지 표현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또 다른 한국당 중진 의원은 "의원직 총사퇴서를 써내자고 해서 작성했지만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당이 꺼내든 또 다른 카드는 대규모 장외 투쟁이다. 한국당은 여론전을 위해 오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대 독재악법·3대 국정농단 국민대회'라는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기로 했지만 지지층조차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8개월여에 걸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고, 결국 무기력하게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모두 내줬다"며 "많은 보수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황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출연해 새해 인사와 함께 "시대에 뒤처진 철 지난 이념과 진영 논리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며 "운동권 눈으로는 미래를 볼 수 없다. 총선은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한국당에 대한 질책과 비판, 잘 알고 있다. 절치부심해서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고재만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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