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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4+1 선거법 통과…누더기 선거법에 정치개혁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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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 내년 총선 첫 적용

다당제 출현 등 정치지형 변곡점 전망
한국일보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그러자 잠시 국무위원 석에 앉아 있는 문 의장 모습.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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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세밑 극한 대치 끝에 27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4ㆍ15 총선 ‘게임의 룰’이 결정되면서 21대 총선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표(死票)가 줄고 본격적인 다당제 구도가 형성되면서 협치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극단 정당의 출현과 정당 간 야합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는 이날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한 끝에 재석 167명 중 156명의 찬성으로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과 같은 253석, 47석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제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연동형 캡(상한선)은 30석으로 했다. 만 19세였던 선거연령도 만 18세로 낮춰졌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일보가 이날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에 현재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리얼미터 26일 조사)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 지지율 41.3%인 민주당은 138석, 한국당(31.7%) 105석, 바른미래당(4.0%) 16석, 정의당(5.7%) 12석 등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반 정당 없는 다당제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는 ‘협치’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반 확보가 불가능한 정치 풍토에선 입법 등을 위해선 다른 정당과 손을 잡고 연대하는 것이 필수다.

우려도 적지 않다. 비례의석 확보가 용이해진 탓에 극단적 정치 성향의 정당 난립도 예상된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노린 대형 정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통해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한국당의 경우 비례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또 사실상 다당제였던 20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자주 충돌했던 것을 볼 때 다당제 무용론도 나온다. 특히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민의를 반영한다는 정치개혁 취지는 퇴색하고 각 당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밥그릇 싸움’만 계속돼 선거법이 누더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날도 국회에선 극단적 충돌이 발생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4+1이 주도한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본회의장 의장석과 단상을 점거해 본회의가 3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회의를 개최하려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몸으로 막는 바람에 문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고, 국회 방호원과 한국당 의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선거법 개정안뿐 아니라 그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포항지진특별법과 병역법, 대체복무법 등 민생법안 5건이 통과됐다. 소재ㆍ부품장비법 등 예산부수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도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공수처법 역시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된 뒤 이르면 30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일단 이날 오후 9시 25분부터 공수처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에 돌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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