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17일(현지시각) 독일 본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악수를 있다. 2017.02.17. (사진= 외교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헌법재판소가 27일 박근혜 정부 때 일본과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위헌 여부를 밝혀달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측에선 아쉬운 결과지만, 한일관계 측면에서는 대화국면이 계속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29명과 유족 12명이 2015년 12월 이뤄진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2016년 3월에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각하를 선고했다.
피해자 측은 정부간 합의로 인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국가로부터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손해배상 청구권 봉쇄로 인한 헌법상 재산권 침해, 합의과정에서 참여권과 알 권리가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각하는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외교부 측이 원했던 결과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라는 점에서 공권력 행사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의 기본권도 침해하지 않았다며 각하를 주장해왔다.
문제가 된 합의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의 공동기자회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양국은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과 내각총리가 사죄를 표명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정부가 10억엔(한화 100억원)을 출연하는 대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합의를 파기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의 출연금으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발표하며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했다. 재단 해산은 지난 6월 완료됐다.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국 외교 장관의 공동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긴 하지만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조약에 사용되는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헌법이 규정한 조약의 체결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 “정치적 합의에 불과, 피해자들 법적 지위에 영향 없어”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2019.12.27. photocdj@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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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합의 효력에 관한 양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없었고 구체적이고 법적인 권리나 의무를 창설하는 내용도 아니다"며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에 불과해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사건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고 그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대상으로 한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자 측은 헌재 결정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방법을 강구하겠다. (일본과) 적대적 관계보다는 건설적인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헌재의 각하 결정을 일제히 긴급 보도로 타전하며 이번 결정이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조금씩 탄력이 붙고 있는 한일 외교·수출 당국간 대화에 악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 한일갈등의 핵심 축인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더해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 파기’ 문제까지 일본이 문제 삼을 수 있어 한일관계에 걸려 있는 부담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일 정상이 1년 3개월 만에 회담을 가진 뒤 양국관계가 복원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의 각하 결정으로 한국 정부는 한일관계의 큰 고비를 넘긴 셈”이라고 했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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