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8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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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15 총선에 적용할 '게임의 룰'이 우여곡절 끝에 확정됐다. 자유한국당을 뺀 4+1 협의체에서 최종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4월 말 국회 선거법 개정안 원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시 40분께 국회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한국당이 오후 2시 55분부터 본회의장 내 의장석·연단 앞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지만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지 못했다. 문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국회 경위들을 투입해 한국당 의원들 사이로 길을 열고 의장석에 올라갔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불법으로, 원천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선거법 통과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습니다. 2019년 12월 27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러나 다시 살려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라고 적었다.
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새 선거법의 핵심은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수를 반영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정당 득표율과 비례대표 의석 숫자를 연동해 비례성·대표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제도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등 총 300석의 의원정수는 조정 없이 그대로 유지됐지만 비례의석 배분 방식이 바뀌었다. 총 47석 가운데 30석에 대해선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현행 병립형 방식으로 배분하게 된다.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 구제하는 '석패율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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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해왔던 한국당은 선거법이 통과되자 곧바로 '비례한국당' 창당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역구 선거 출마자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놓는 위성정당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고 의석을 대거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게임의 룰' 선거구 획정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거법 개정으로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인구 변화에 따른 선거구 통폐합은 불가피하다. 어느 곳이 통폐합되느냐에 따라 각 정당과 개별 의원들의 정치적 득실이 갈릴 수밖에 없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15개월 전인 올해 1월 대한민국 인구(5182만6287명)를 기준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구와 가장 적은 지역구 간 편차가 2대1을 넘지 않도록 정한다. 상·하한 구간을 산출해 실제 선거구에 대입하면 전북 김제부안 인구(13만9470명)가 하한선이 되고, 이곳 인구의 2배(27만8940명)가 상한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하한에 미달하는 경기 군포갑(13만8410명)·을(13만8235명)은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남갑(19만3376명)·을(16만321명)·병(18만8457명)은 갑·을 2개 지역구로, 경기 안산 상록갑(19만9211명)·을(15만6308명)과 안산 단원갑(16만17명)·을(14만4427명)은 3개 지역구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인구 상한선을 넘긴 세종시(31만6814명), 강원 춘천(28만 574명), 전남 순천(28만150명)은 각각 2개 선거구로 분구된다. 여야는 각 시도 의원정수를 정하는 과정에서 본격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은 선관위 내 독립기구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하지만, 특정 시도 의원 정수를 줄이거나 늘리는 건 국회 의견에 따른다.
한국당은 "지역구 도둑질까지 작당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기선 제압에 나섰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의 기본 대원칙은 인구수에 따른 표의 등가성 확보"라며 "선거구를 줄여야 한다면 인구 대비 지역구 수가 많은 광주에서 한 석을 줄이고 그다음 순서로 전북과 전남, 부산 순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여권 텃밭인 호남 지역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호남 지역구 의석수는 광주 8석, 전북 10석, 전남 10석 등 총 28석이다. 더불어민주당 6석, 바른미래당 6석, 민주평화당 4석, 대안신당 9석 등 4+1 협의체 정당들이 대부분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내년 총선부터 선거연령을 선거일 기준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만 17세 인구는 49만8709명, 만 18세 인구는 56만5965명에 달한다. 이들 중 내년 4월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대학생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일부가 유권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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