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피해자 명예·존엄 회복 및 상처 치유 노력 지속할 것"
'한일 위안부 합의' 위헌심판 앞둔 헌법재판관들 |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 체결된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측은 상당한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한일관계로만 보자면 지금의 대화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는 27일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합의는 정치적 합의이며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며 각하 이유를 설명했는데, 이는 외교부가 작년 6월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와 일맥상통하다.
외교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인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힘들며, 따라서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외교부 안팎에선 헌재의 각하 결정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면 정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법적 판단에 의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교부도 전 정부에서 체결된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하지만, 한일 정부 간 맺어진 공식 합의라는 점에서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합의 파기'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위안부 합의 파기'라며 비난해 왔는데, 만약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면 한국에 대한 비난 수위가 한층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며 "한국이 국제법 위반상황을 시정해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데, '위안부 합의 파기'에 대한 부담까지 짊어질 뻔했다는 의미다.
외교 소식통은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면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일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위안부 합의 파기' 이슈까지 더해져 한일관계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입장 밝히는 이동준 변호사 |
한편 위안부 피해자 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동준 변호사는 이날 각하 결정 뒤 "(위안부 합의가) 결국은 공식적인 협상이나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합의의 성격, 효력 등을 감안해서 과감하게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파기를 선언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헌재 결정과는 관계없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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