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선고에서 각하 결정을 내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앞에서 원고측 이동준 변호사(가운데)와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이 재판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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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헌법재판소가 27일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면서 사실상 판단을 유보했다.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지 4년,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헌재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 29명과 피해자 유족·가족 12명이 2016년 3월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했다.
이번 각하 결정은 피해자 측이 낸 헌법소원과 관련해 일단 형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헌재에서 판단하는 헌법소원 사건은 이를 청구하는 사람의 자격과 판단 내용 등에 일정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각하 결정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절차를 종료하는 헌재의 결정 중 하나다.
헌재는 그 이유로 “(문제가 된 위안부 문제 합의는)양국 외교 장관의 공동 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긴 하다”면서도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조약에 사용되는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헌법이 규정한 조약의 체결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헌재는 이 합의의 내용에 대해 “△합의의 효력에 관한 양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없었고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법적인 권리나 의무를 창설하는 내용도 아니다”라면서 "이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한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에 불과해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고 그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본안 판단에 넘어가 합헌과 위헌을 판단하지 않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번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심리 절차 중에 사망한 청구인들에 대해서 "해당 절차는 각 청구인들의 사망으로 종결됐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선고가 이뤄지는 동안 대심판정 안은 시종 긴장 속에서 조용한 분위기였다. 재판관들 역시 담담한 표정으로 선고에 임했다. 오후 2시부터 이뤄진 헌재의 선고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 순서대로 선고를 내려가면서 차분히 계속 진행돼 약 한시간여가 지난 후 이 사건의 선고가 이뤄졌다.
법조계는 이번 각하 결정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으로 법률 등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적용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본안 판단을 하지 않은 것 역시 그 조건들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현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를 비구속적이라고 답변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도 이렇게 판단한 것”이라며 “주무 부서인 외교부가 이 합의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부인한 이상 이 합의는 대한민국 국민을 기속하지 않기에 위헌 여부를 판단할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이번 헌법소원에 대해 판단할 요건이 안된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헌재는 결국 이 합의가 그냥 정치적인 논의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인해 위안부 합의는 있었지만 그것에 대한 구속력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위안부 합의가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고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법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합의였다면 이런 식으로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헌재 선고가 나온 후 이번 헌법소원을 주도한 민변 측은 기자들과 만나 “다른 어떤 모든 권리 침해 이런 것을 떠나 피해자 분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면서 “그런 상처 받고 고통스럽게 지낸 시간들이 수년에 이르렀는데 그 기다림에 대해서 각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변 측은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많은 피해자 분들이 받은 상처 등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면서 "이 합의가 조약도 아니고 그럼 뭐냐는 것에 관해서 공식적 협상 등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강력하게 정부가 과감하게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 하는 과정으로 나가야 하는 단초를 마련한 게 아닌가하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헌재의 판단 대상은 2015년 12월28일 한·일 양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과 내각총리가 사죄를 표명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는 대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을 말한다. 이는 국민들의 반대를 불러일으켰고, 이번 헌법소원까지 제기되는데 이르렀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 양국의 합의를 근거로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약 100억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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