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과 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 선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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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28일 우리와 일본 정부가 공동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27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본안 판단 이전에 소송 당사자가 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을 때 내리는 처분이다. 이번 판단은 2011년 헌재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노력을하지 않는 것(부작위)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두 번째 결정이다.
헌재는 "절차와 형식 및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 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고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우리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각하 배경을 설명했다.
헌재는, 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합의'라는 점에 주목해 조약과 구분했다. 조약은 구속력이 있지만, 합의는 구속력이 없어 심판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해 6월 외교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인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힘들며, 따라서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다"는 취지로 낸 의견서 내용과 같다.
헌재는 조약과 합의를 구분함에 있어서, 합의의 형식과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등 형식적, 실체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두 정부가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는 형식이 구두였던 점 등을 비춰 구속력이 없는 합의여서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헌재는 합의 발표 당시 표제로 우리나라는 ‘기자회견’, 일본은 ‘기자발표(記者發表)’라는 용어를 사용해 일반적 조약의 표제와는 다른 명칭을 붙였고 합의는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의 동의 등 헌법상의 조약체결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헌재는 "합의의 내용상 한일 양국의 구체적인 권리 및 의무의 창설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내용 중 일본 총리대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하는 부분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법적 의미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과 일본 정부의 출연에 관한 부분은 ‘강구한다’, ‘하기로 한다’, ‘협력한다’와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무 이행의 시기, 방법, 불이행의 책임이 정해지지 않은 추상적, 선언적 내용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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