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대출 증가율 2년9개월새 10% 육박
60대 취약대출도 나홀로 5조원 증가
저소득 자영업자 100만원 벌어 24만원 이자로 써
기업 이자보상배율 4.4배로 뚝
부실기업 10곳 중 4곳은 이자도 못내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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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자녀를 출가시키고 남은 재산이라고는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작은 전세집이 전부였던 김 모씨(64). 그는 최근 전세집을 담보로 빚을 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점포를 얻어 작은 칼국수 가게를 열었다. 자식들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빠듯한 살림살이를 뻔히 아는 처지에 용돈을 달라고 하기엔 면목이 없어서다. 김 씨는 “자식들이 결혼할 때 크게 도와주지도 못했다”며 “부부가 함께 운영하면 인건비라도 벌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인, 자영업자, 부실기업 등 ‘3대 취약고리’가 경기 둔화로 인해 더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대 취약고리인 이들의 빚은 눈덩이로 불어나는 가운데, 벌어서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자영업자와 기업들은 더 늘고 있다. 특히 노후 대비가 부족했던 베이비부머(55~63년생) 세대들이 은퇴이후 빚을 내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가계 대출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60대 이상 빚 내서 자영업 시작…취약대출 ‘나홀로’ 5兆 급증
빚을 내 키워놓은 경제가 성장률 둔화기에 접어들면서 부실 뇌관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실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지방과 일부 금융권에서는 연체율이 상승하며 부채의 건전성이 하락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신용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민간의 신용레버리지(Leverage) 비율은 3분기말 194.5%로 1년전보다 8.2%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 영향으로, 2009년 1분기 170% 돌파 이후 10년여간 매년 평균 5%포인트씩 상승했다. 특히 지난 3분기는 명목 GDP 증가율이 3.6%에서 1.4%로 축소하며 분모가 줄어 증가율이 가팔라졌다. 소득보다 빚이 더 빠르게 늘었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도 60대 이상 노인의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전 연령대에서 60대 이상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말 기준 18.1%로 가장 낮지만, 대출 증가세는 가장 가파르다. 2017년부터 올 3분기까지 60대 이상 대출증가율은 9.9%로, 30대이하(7.6%), 40대(3.3%), 50대(4.4%)와 비교해 가장 높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들이 노후준비를 위한 임대부동산 투자나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 가계대출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은 2014년 말 17.9%에서 올 3분기 21.7%로 늘어났고, 부동산임대가구의 부채 가운데선 22.4%에서 지난해 27.4%로 확대됐다.
문제는 질이 낮은 60대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60대 대출은 고소득·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가장 낮고, 고금리 비은행 대출이 절반(53.6%)을 넘는다. 반면 소득은 적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치우쳐 있어 채무상환 능력은 떨어진다.
실제 60대 이상 취약차주의 대출규모는 2012년 8조5000억원에서 올 3분기 14조5000억원으로 5조원 가량 증가했다. 50대가 같은 기간 1000억원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나홀로 늘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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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자영업자, 100만원 벌면 24만원 이자로…3년새 4만원 늘어
저소득 자영업자들은 대출 규제 탓에 예년에 비해 빚을 덜 지고 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이자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지난 3분기 저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이자상환부담률은 23.9%다. 한달에 100만원을 벌어 이자를 내는데 24만원을 썼다는 얘기다. 이 비율은 지난 2017년 말 19.6%, 2018년 말 22.2%로 갈수록 오르고 있다.
저소득 자영업자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이면서 대출금액이 5억원 이하인 자영업자다. 이들은 저신용자(7~10등급) 비중이 6.8%로 여타 자영업자(3.5%)에 비해 크게 높고, 고금리대출 비중은 12.4%로 전체 자영업자(5.3%)의 2.3배 수준이다. 대출금액은 51조8000억원 규모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670조6000억원)의 7.7% 수준이다. 다만 정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빚을 내는 규모는 줄었다. 올 3분기 기준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은 12.1%(전년 대비)로 전년 같은 기간(21.6%)에 비해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상대적 저신용자를 취급하는 비은행금융기관과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지방을 중심으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신용은 중소기업대출이 꾸준히 증가한 가운데 금리하락과 회사채 수요 확대로 회사채 순발행이 늘어나면서 3분기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1153조원을 기록했다.
빚이 늘면서 이자 부담에 수익 악화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GDP 대비 기업신용 규모는 101.1%로 전년 동기 대비 6.0%p 상승했다. 기업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6월말 77.6%로 전년대비 1.3%포인트 상승했고,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 나타내는 비율인 이자보상배율은 수익성 악화로 전년 9.0배에서 올 상반기 4.4배로 감소했다.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졌다는 건 수익성이 떨어져 재무건전성이 나빠진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도 상반기 기준 37.3%에 달했다. 10곳 중 약 4곳은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상태라는 의미다.
한은은 “최근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신용평가도 악화하고 있어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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