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본회의에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오후 9시49분쯤 첫 토론자로 나선 주 의원은 24일 오전 1시48분까지 총 3시간 59분간 쉬지 않고 발언했다.
주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지난달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 안건 중 민생법안을 제외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자고 제안했던 주 의원은 일찌감치 필리버스터 1번 주자로 낙점됐다.
그는 이날 선거법에 대해 “정의당이 어떻게 해서든 의석수 좀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오고 민주당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키려고 두 개를 맞바꿔 먹었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발언 시간 물을 마시거나 사탕을 먹고 땀을 닦기도 했다. 목이 아픈 듯 헛기침을 하거나 단상에 기대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으나 지친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발언 도중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다음 토론자라는 메모를 받고는 헛웃음을 지으며 “제 뒷차례가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라고 한다. 찬성 토론을 필리버스터하는 경우가 어딨냐”라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위해선 잘한 게 무엇이 있나. 말 좀 해봐라. 하나라도 알고 싶다”며 본회의장에 자리한 의원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주 의원의 토론이 끝날 무렵에는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을 합쳐 10여명의 의원만이 본회의장을 지켰다.
2번 주자로 나선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4시간 31분간 ‘찬성 토론’을 했다. 반대 토론자 1번 주자로 나선 주 의원보다 32분 길었다.
이날 오전 1시 50분께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저는 오늘 상정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찬성을 호소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며 “표결을 앞두고 무제한 토론 기회가 주어져서 우리가 고민했던 방향, 우리가 어디까지 나아갔고 나아가지 못한 지점은 아닌지, 왜 못 갔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같이 이야기해볼 기회가 마련돼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법 개정안에 할애했고 선거법 개정의 당위성, 현 수정안의 한계, 정치개혁의 필요성, 해외 선거제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설득했다.
발언 말미에는 ‘4+1’ 협의체에서 합의된 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에 대해 “이번 선거제 개혁으로는 양질의 대표 활동을 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드는 욕심을 채울 수 없다”며 “한국당 의원님들, 다시 논의해서 제대로 된 선거제 개혁을 하자”고 향후 다시금 선거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앞서 문희상 의장이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불허한 것과 관련해 주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진 것을 언급하며 “회기가 결정되어야 무제한 토론이 허용되는 안건들이 성립된다”며 “필리버스터는 국회를 무력화하거나 국회를 붕괴시키는 데 쓰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기 끝까지 무제한 토론을 허용하는 필리버스터의 취지를 생각할 때 회기 결정의 건을 무제한 토론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을 향해 “광화문 가서 욕하고, 로텐더홀에서 농성하고, 국회 앞에서 폭력적으로 화풀이한다고 대한민국에 대한 걱정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회 안으로 들어오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한국당 비난 하지 말고 민주당 이야기나 해라”며 반발하자 “밖에서 병 던지고 야유하지 말고 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라는 호소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4+1’ 협의체에 대해서는 “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편일 뿐 권력이 아니다”라며 “국회에서의 권력은 ‘과반수’가 유일하며 ‘4+1’은 과반수를 갖춘 ‘과반수 연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토론은 이날 오전 6시 21분에 끝났다.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김 의원의 뒤를 이어 필리버스터를 잇고 있다. 이후에는 민주당 최인호 의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한국당 전희경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에 나설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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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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