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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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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2019 경제] 전세계 10년째 ‘초저금리의 늪’... 저성장,저물가에 곳곳 “부작용”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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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2일 총재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정책 지속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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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올해를 “통화정책이 2009년 이래 가장 급격하게 완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한 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책으로 시작돼 10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세계적 초저금리 정책이 마무리는커녕 오히려 확장될 기세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ㆍ저물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유동성 공급이라는 ‘모르핀’에 갈수록 의존하면서 금융사 수익성 악화, 부채 증가 등 부작용도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를 중심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흐름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일변했다. 연준이 7월부터 ‘예방적 금리 인하’ 차원에서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것에 발맞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다시 내린 것이다. 러시아와 인도 중앙은행은 올해 다섯 차례 금리를 인하하기도 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 중인 유럽중앙은행(ECB)은 11월부터 채권 매입을 재개했고 일본은행도 완화적 태도를 유지했다.

지난 10년간 시중에 대량 살포했던 유동성을 거둬들일 채비를 하던 중앙은행들을 일제히 저금리 모드로 복귀시킨 주원인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였다. 피치는 8월 보고서에서 “무역분쟁이 주요 2개국(G2) 경제에 영향을 미친 것은 모든 중앙은행이 고려할 수밖에 없는 위험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유럽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혼란상 등이 자아낸 불확실성은 경제 심리를 위축시켰다.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지만 여전히 무역분쟁의 위협이 잔존해 있고 경기 둔화 전망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터라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스 금리를 선도적으로 채택한 중앙은행 중 하나였던 스웨덴 릭스방크는 전날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 지속되면 경제 주체의 행동이 변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금리를 0%로 인상했지만 경기 둔화가 심각해지면 도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ECB는 이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기준금리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나 회사채 매입 등의 정책과 결합해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며 현행 금리 정책을 지지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금리를 낮게 유지한다고 해서 경기 회복 효과를 보기는커녕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낮아진 금리가 추가 투자를 유발해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실에선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저금리가 “시장 선도기업의 투자는 늘렸지만 후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 결과적으로 경쟁이 줄고 생산성도 하락하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투자처를 잃은 자본들은 10년 전 위기 때처럼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지난 9월 공개한 ‘2019년 국제 부동산 버블지수’에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ㆍ뮌헨,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을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낀 대표적 도시로 꼽았다.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1%대 이하로 낮아진 탓이다.

금융사 건전성이 취약해지는 현상 또한 오랜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은행은 이자 수익이 감소하자 대출을 줄이고 있다. 연기금은 국채 이자율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위험한 고금리 상품으로 투자처를 변경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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