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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朴 위안부 합의 닮았다, '문희상안' 곤혹스런 靑···日은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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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4일 한ㆍ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검토로 정점을 쳤던 양국 간 갈등이 잦아드는 가운데 두 정상이 만나서다. 하지만 이번 갈등의 출발점인 일본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해 9월 UN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한 지 15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해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 전 인사하고 있는 양국 정상.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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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최근 논의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게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8일 대표 발의한 이른바 ‘문희상 안’이다. 문 의장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행 문제와 관련, 한ㆍ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주는 내용(1+1+α)의 ‘기억ㆍ화해ㆍ미래 재단법안’ 등을 발의했다. 한국의 국회의장이 발의한 만큼 한국 측에 유리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기류는 정 반대다. 일본의 입장이 긍정적이지만, 한국은 난색을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부 규제 완화에 대해 “그동안 쌓인 실적 때문이지,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그러나 ”정상회담 전 관계 개선의 시그널을 던지겠다는 총리관저의 의향이 반영돼 있다는 게 정설“이라며 ”특히 징용문제와 관련해 문희상 안이 발의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타국 입법부의 논의”라며 ‘문희상 안’과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관심이 한국 내 논의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며, 내부적으로는 한국 내 동향에 꽤 관심이 있다고 한다. 문희상 법안이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지에 대해 일본 정부 소식통은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문 대통령이 먼저 ‘문희상 안’에 대해 언급을 해오더라도 이에 대해 아베 총리가 타국 입법부의 법안을 평가하거나 구체적인 생각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입장은 반대다. 애초 문희상 안이 처음 언급될 무렵부터 청와대는 “나라를 걱정하는 문 의장의 충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다거나, 의견을 주고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문 의장 개인의 생각”이란 것이다.

청와대가 한ㆍ일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한 20일에는 아예 “(문희상 안으로는)해결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못을 박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제일 중요한 것은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 일본의 가해 기업이 원하지 않아 기금에 참여하지 않으면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이 안 될 수 있다. 대법원 판결 이행이 무효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의 의견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문희상 안’을 진화하고 나선 배경과 관련해선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의 위안부 합의가 거론된다. 당시 양국은 재단을 통한 위안부 지원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했고,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여론도 악화하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화해 치유재단’은 지난해 11월 사실상 해체됐다. 청와대로선 ‘재단 설립을 통한 지원’을 골자로 하는 문희상 안이 그때와 판박이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위안부 이슈 때 똑같은 경험을 했다. 확정 판정을 받은 피해자분들이 그 안을 거부하고 사법 절차를 강행할 경우 해결이 안 된다”고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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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희상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놓은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해법안은 재원을 양국기업과 민간의 기부금으로 하는 등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을 전제로 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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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문 의장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법제화하는 과정과 그 배경, 선의를 오해하고 곡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과를 전제로 한 법이지만, 사죄는 정치적인 것으로 정상 간 합의와 선언에 담겨야 하지 한국의 국내법에 명문화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문희상 안 발의는 완성이 아니라 시작단계일 뿐이며 수정이 가능하고 중단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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