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 옛 광주교도소·너릿재·광주천변 조사했으나 성과 없어
교도소 희생자 신원·숫자 파악 안 돼…현재 법적인 행불자 82명 불과
시신 발견된 옛 광주교도소 부지 |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수십여구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 미완의 과제인 행방불명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2년 전 옛 광주교도소를 비롯해 광주와 전남 화순의 경계인 너릿재, 광주천변 자전거길까지 약 50일간 이어진 발굴 조사가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발견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5·18 관련 검찰 조사 기록과 관련자 진술 내용 등에서 암매장 단서를 찾고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 2017년 11월 6일 암매장 약도에 표시된 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광주교도소가 신축·이전한 상태여서 가능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상과 다르게 배관 줄기와 매립쓰레기 등 과거 땅을 파내고 되메운 흔적만 속속 나왔다.
발굴조사는 교도소 남쪽 소나무숲과 서쪽 담장 주변 등지로까지 확대됐으나 결과는 같았다.
5·18 희생자 암매장 흔적 찾기는 당시 계엄군 병력의 작전 지역인 너릿재, 광주천변 자전거길에서도 이어졌다.
너릿재에서는 도로공사용 골재만 발견됐고, 광주천변에서는 바윗덩이 외에 별다른 매설물이 나오지 않았다.
발굴조사는 그해 12월 26일까지 두 달 가깝게 이어졌다가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자 별다른 성과 없이 중단됐다.
재단과 5월 단체는 암매장 관련 증언과 기록을 추가 수집해 발굴 조사를 재개할 방침이었으나, 별다른 단서가 없어 2년 동안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5월 단체는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핵심 제보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번 시신 발견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5·18 당시 옛 광주교도소에는 3공수 등 계엄군 병력이 주둔했으며 시 외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해 계엄군의 광주 봉쇄 작전이 벌어졌다.
3공수 병력이 전남대에 억류했다가 교도소로 철수할 때 끌고 간 시민, 교도소 주변 도로를 이용하던 행인 등이 다수 희생돼 교도소에 암매장됐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옛 교도소 일원 희생자는 아직 신원과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
암매장 흔적 찾기는 이전에도 몇차례 있었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광주시는 시민 제보를 토대로 1997년 암매장 추정지 발굴을 시작, 2009년까지 9곳의 암매장 추정지에서 3차에 걸쳐 발굴 작업을 했다.
1차 발굴은 2002년 6월 26일부터 이듬해 5월 16일까지 소촌동 공동묘지, 삼도동 야산 무연고 분묘, 화정동 국군통합병원 담장 밑, 군 공항 인근 황룡강 제방, 상록회관 주변 도로 등 5곳에서 진행했다.
소촌동에서 1기, 삼도동에서 9기 등 유골 10기가 나왔으나 모두 5·18 유가족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다. 유골은 광주시립 영락공원묘지에 안장됐다.
황룡강 제방과 상록회관 주변에서는 동물 뼈 20여 점만 출토됐다.
2차 발굴은 문화예술회관 뒤편, 장등동 야산, 주월동 아파트 건설 현장 등 3곳에서 2006년 2월 24일부터 다음 해 12월 30일까지 이어졌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유골 137기를 발견했지만 모두 5·18 행불자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골은 전북 김제평화원에 봉안됐다.
3차 발굴은 2009년 3월 17일부터 이틀 동안 북구 효령동 야산에서 이뤄졌다.
유골 3기가 나왔으나 이 또한 5·18 행불자와 관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법적으로 5·18 행불자 지위가 인정된 사람은 82명으로, 이 가운데 6명의 유해는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 무연고 묘지에 묻혀있다가 유전자 분석으로 신원이 밝혀졌다.
나머지는 아직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전남대 법의학교실은 5·18 행불자 신고를 한 130가족 295명의 혈액을 보관하고 있어 유골이 발견되면 유전자 분석으로 신원을 밝히게 된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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