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노동시장 하방압력 지적
통화 등 거시정책 변화 불가피
“정부 12·16 부동산 대책으로
가계 부채 증가세 둔화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저물가를 야기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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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저물가 구조로 우리 경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4%에 그치며 물가안정목표(2.0%)에 미달한 올해와 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다양한 측면에서 저물가를 야기하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상품·노동시장의 물가 하방압력을 지적했다.
상품시장에서는 “글로벌화와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그리고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을 비롯해 온라인을 통한 해외직접구매 확산, 공유경제 활성화 등 소비행태의 빠른 변화가 저인플레이션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이 총재는 분석했다. 노동시장에서는 “인구고령화와 자동화 진전 등이 임금 상승을 제약하면서 이에 따라 물가 상승압력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주요국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경기와 물가 간의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크게 약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가격을 자주 조정하지 않는 행태가 미시물가 자료에서 포착됐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과거처럼 통화량 공급을 늘려도 목표치만큼 인플레이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경제구조 변화는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와 효과가 과거와 달라졌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물가안정을 중요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2017년 주요국에서는 상승한 반면 한국에서는 둔화되었다. 2012~2015년 평균 1.6%였던 한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2017년 이후 집세 및 공공·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둔화됨에 따라 평균 1.2%로 내려앉았다. 한은은 “2012~2015년 중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상품 및 노동시장 구조 변화 등 글로벌 요인이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면서 “올해에는 경기요인도 근원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다소 높아지더라도 경제의 근원적인 체력을 뜻하는 잠재 국내총생산(GDP)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GDP갭률’(잠재 GDP와 실질 GDP의 차이로, 마이너스일 경우 경기가 침체 국면이라는 의미)은 마이너스 수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내년 1.0%, 2021년 1.3%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에 대해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두 차례 단행된 금리 인하가 집값 과열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완화적인 금융 여건으로 차입비용이 낮아진 게 주택 수요를 높인 하나의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인하는 (금융안정보다) 경기와 물가관리에 더 중점을 둬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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