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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아프간 ‘수렁’에…발 빼는 미국, 손 뻗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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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트럼프, 미군 4000명 철수 곧 발표”…1만명 아래로

중, 2016년부터 ‘와칸회랑’에 군사기지…일대일로의 군사화

전문가, 아프간 둘러싼 ‘그레이트 게임’ 3라운드 진입 분석



경향신문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이 15일(현지시간) 북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에서 무장세력 지도자 집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전날 이곳에서는 무장세력 지도자 체포를 놓고 경찰과 무장조직원들이 대치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마자르이샤리프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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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게임 3.0’이 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기로 했다. ‘제국의 수렁’이라 불리는 아프간에서 옛 소련에 이어 미국도 처참한 상처만 입고 물러나는 꼴이 됐다. 반면 중국은 아프간에 군사기지를 짓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아프간까지, 발을 빼는 미국과 영향력이 쇠퇴한 러시아의 빈틈을 비집고 중국이 들어가는 형국이다.

미국 NBC방송 등은 트럼프 정부가 아프간 주둔 미군을 4000명 철수시키는 계획을 이른 시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1만3000명에 이르는 미군 주둔 규모는 1만명 미만으로 줄게 된다.

이와 맞물려 관심을 끄는 것이 ‘와칸회랑’의 중국군 기지다. 중국은 아프간과 76㎞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프간과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중국 4개국이 만나는 좁고 긴 지역이 아프간의 와칸회랑이다. 중국은 2016~2017년부터 타지키스탄 국경 산악지대인 고르노-바다크샨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이어 이 기지에서 10여㎞ 떨어진 와칸회랑에 군사시설을 설치했다. 와칸회랑 기지는 1개 대대 500명 정도가 주둔할 수 있는 규모이고, 현재 수백명의 경무장 보병부대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관들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헬리콥터 이착륙장도 설치돼 있다.

중국은 타지키스탄과 아프간 군사기지의 존재를 공식 부인하고 있다. 중국군의 군사기지가 아니라 아프간군의 훈련을 잠시 돕고 있는 시설일 뿐이며,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이나 알카에다와 연계된 ‘동투르키스탄(위구르) 테러조직’을 막기 위해 아프간과 협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군사기지임을 부인하기 위해 ‘사실상의 군대’인 무장경찰을 배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향신문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글로벌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의 군사화’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와칸회랑은 일대일로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미국 외교정책협의회 스티븐 블랭크 선임연구원은 중앙아시아캅카스연구소(CAC) 회보에 지난 4월 게재한 글에서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미국의 취약점을 잘 아는 중국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이 일대일로의 주요 거점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고 정치·군사적으로 입김을 키우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아프간·중앙아시아의 군사협력은 2015년부터 늘기 시작했다. 그해 탈레반이 아프간 북부 쿤두즈 일대를 점령하자 중국은 아프간 정부와 협력해 군사훈련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타지키스탄·파키스탄·아프간이 참여하는 4자안보협력기구를 만들어 대테러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파키스탄에도 군사기지를 설치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늘리려면 러시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베이징에 러시아 전문가들을 불러 타지키스탄 기지에 관해 설명했고, 와칸회랑으로 확대할 뜻을 미리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향후 군사기지가 우즈베크와 카자흐 쪽으로까지 확대된다면 결국 러시아와 영향력 다툼을 벌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19세기 아프간을 둘러싼 영국과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에 이어 21세기 초입에 미국의 대테러전으로 ‘그레이트게임 2.0’이 벌어졌다. 이제 중국이 뛰어들어 3라운드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호주 RMIT대 중국전문가 조지 모라노는 지난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고에서 아프간 미군 철군을 분석하며 “미국의 전략가들은 이제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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