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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文케어 보장률 70%` 공약 물건너갈듯…2.4조 투입해 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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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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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의 첫 성적표가 나왔다. 작년 2조4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임기 내 보장률 70%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63.8%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신현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 투입을 많이 했고, 정부가 약속한 숫자에 비춰 보면 상대적으로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수치"라며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임기 내 보장률 70%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보장률이 높을수록 국민이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보장률이 70%대라는 말은 진료비 총액이 100만원일 때 환자는 30만원, 건강보험공단은 70만원을 낸다는 의미다.

문재인케어는 이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정부의 사회복지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 "건강보험 혜택 없이 환자가 전액 부담해 온 의학적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하고 선택진료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2023년까지 5년간 총 41조5842억원을 투입해 10년간 60% 선에 머물렀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임기 내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보장률이 더디게 오르는 건 비급여 부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률은 건강보험 급여비를 전체 진료비(건강보험 급여비+법정 본인부담금+비급여 본인부담금)로 나눠 계산한다. 작년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은 52조5000억원에서 59조5000억원으로 13.3% 올랐지만, 비급여 진료비도 14조3000억원에서 15조5000억원으로 8.3% 올랐다. 영양주사, 도수 치료 등이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이다.

비급여 부분 증가의 원인으로는 '풍선효과'와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지목된다. 문재인케어의 급격한 보장성 확대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들이다. 풍선효과란 비급여 진료항목이 급여항목으로 전환되면서 병·의원들이 수익을 확충하기 위해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비급여였던 MRI가 급여로 변경되면서 비용이 줄어들자 병원은 다른 검사를 권하고, 실손보험 등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필요 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부터 급여화된 복부 초음파 촬영의 경우 일부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 끼워 넣기로 과잉 진료가 나타나면서 비급여 실비를 지원하는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까지 동시에 불어나는 풍선효과가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 의료기관은 비급여였던 복부 초음파(15만원)가 지난해 4월부터 급여화(1만5000원)되자 13만원이던 비급여 비뇨기계 초음파를 환자가 추가로 받게 했다. 올해 2월 비뇨기계 초음파마저 급여화되자 치료재료 명목으로 10만원짜리 비급여를 끼워 넣기도 했다.

한편 보장률은 대형 병원 위주로 오르고, 의원급에서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합한 종합병원 이상의 보장률은 67.1%로 2017년보다 2.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1차 의료기관의 보장률은 57.9%로 되레 전년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통상 종합병원보다 관리가 어려운 의원급 보장률을 올리는 게 어렵다. 작년에 상대적으로 올리기 쉬운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보장률이 오른 만큼, 앞으로 보장률을 올리기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정도 속도로 과연 (보장률) 7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몇 개월 정도 늦어졌을 뿐 계획에 따라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몇몇 비급여 항목은 의료계가 적극 나서지 않아서 (급여화) 속도가 느린 측면이 있다. 관련 부서와 대책을 마련해 이른 시일 내에 국민에게 보고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케어로 빨간불이 켜진 재정 역시 우려를 키운다. 가파른 고령화에 가뜩이나 보장률을 인위적으로 높이면서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보장성이 확대되면 필요 외 의료 이용이 늘었고, 지금도 그런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며 "고령화, 의료수가 증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진료비는 2023년 이후 빠르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원은 한정적인 만큼 적정 보장률이 얼마인지를 재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보장 범위가 넓어진 MRI 촬영 건수가 크게 늘어 재정에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뇌·뇌혈관 MRI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된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적용 전 6개월간 촬영 횟수가 73만건이었지만 건강보험 적용 이후 6개월간 149만5000건으로 2.05배 급증했다.

게다가 아직 후속 건강보험 확대 계획이 남아 있어 재정은 앞으로 더 많이 소요될 계획이다. 지난달 복부·흉부 MRI에 건강보험 혜택이 시작된 데 이어 내년에는 척추, 2021년엔 근골격계를 포함한 모든 MRI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서진우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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