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워터게이트 관련 책 쓴 기자 "당파적 양극화로 탄핵 기능상실"(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NYT 칼럼서 당파 정치·트럼프 대통령 공격적 자세 비판

"정치시스템 변화 없으면 아무도 대통령 검증할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재의 미 정치 구조에선 대통령 탄핵 절차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온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관한 책을 낸 원로 언론인인 엘리자베스 드루는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오늘날 정당은 당파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양극화됐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연합뉴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여당이 하원을 지배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앞서 닉슨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탄핵 자체가 당파적 이슈이기는 하나 오늘날에는 그 정도가 훨씬 극심해져 탄핵이 결국 좌초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드루는 "1974년에는 하원 사법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7명이 닉슨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고,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 여럿도 탄핵에 찬성한 것이 닉슨의 사임을 가져왔지만 오늘날 공화당에서 이런 분열은 이단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내주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두고 표결 시 공화당 내 반란표는 한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상원 표결에서도 기껏해야 아주 소수의 반란표만 예상된다.

오히려 민주당 내 이탈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구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심기를 건드려 자신의 의석을 위태롭게 하는 일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원 민주당 내 온건파의 상당수는 애초 탄핵 아이디어 자체에 반대했다. 당 지도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중단은 국가 안보 문제라고 설득한 끝에서야 이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온건파들은 탄핵소추안에서 탄핵 사유를 최소화하기를 원했으며 실제로 이들의 희망대로 탄핵소추안 초안에선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만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강력히 밀었던 '뇌물죄'가 역풍을 우려한 목소리 탓에 빠졌다.

연합뉴스

하원의 탄핵 조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게다가 탄핵을 대하는 대통령의 자세도 다르다. 닉슨 전 대통령도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대화 내용 녹음을 공개하지 않고, 일부 문서를 사법위에 제출하지 않기도 했으나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의회에 녹음테이프를 넘겼다.

또한 그는 전체 탄핵 과정을 불법이라고 몰아붙인 적이 없고, 상원의 워터게이트 위원회에 자신의 보좌관들이 출석하도록 허용했다는 것이 당시 탄핵 정국을 취재한 드루의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의 청문회 출석을 금지하고, 하원의 출석 요청에 응한 주요 인물을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등 탄핵 수사를 사사건건 방해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원 내 최측근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까지 이런 언어 공격에 가담해 압력을 가했다.

드루는 당파적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트럼프처럼 의지가 확고한 대통령은 탄핵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아예 이를 작동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 시스템이 급진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아무리 헌법을 무시해도 아무도 대통령을 검증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개탄했다.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주간지 '뉴요커' 등에서 워싱턴 정가를 오래 취재한드루는 1975년 닉슨 전 대통령이 연루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조망한 '워싱턴 저널: 1973~1974년 사건들'을 발간했으며, '벼랑에서: 클린턴 임기', '조지 W 부시의 워싱턴'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 닉슨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프랭크 개넌은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기고문에서 드루가 자신의 저서에서 닉슨 전 대통령이 술고래라는 사실을 주위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쓴 부분은 얄팍한 소식통에 의존한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luc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