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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할아버지가 남긴 선물, '고객(顧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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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대잇는 '고객 최우선' 경영 4대 구광모 회장에도 계승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럭키금성의 서류에는 결재란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의 자리. 모든 것을 일일이 고객과 상의할 수는 없지만 저희는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럭키금성."


30여년 전 방영된 LG그룹의 광고다. 국내에서 소비자가 아닌 '고객'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은 LG그룹이 최초다. LG 2대 경영자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1990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선포하면서다.


고객이란 '되돌아 온 손님'을 뜻한다.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스쳐가는 손님이 아니라, 가치를 경험하고 다시 돌아오는 단골 손님. 그것이 바로 고인이 꿈꿨던 고객가치였다.


고객을 위한 열정도 남달랐다. 구 명예회장은 직접 금성사 서비스센터를 찾아 방문 고객의 불편사항을 일일이 들었고 결재 서류는 물론 회의실마다 '고객의 자리'를 마련할 정도로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고객경영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그의 정신은 손자이자 LG의 4대 경영자인 구광모 회장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후 '고객'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LG가 나아갈 방향,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다"며 고객 가치 창출을 약속했다.


구본무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의 바탕이 바로 구자경 명예회장이 정립한 '고객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평소 경영진에 시장의 주도권은 고객에게 있으며, 최고 기술의 제품도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고객 최우선 가치론'을 설파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선대 회장님들의 경영기조를 그대로 면밀하게 보고 배웠다"며 "LG가 지향해야 될 가치를 정확하게 꿰고 있으며 위기극복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에서도 '고객 최우선 경영' 철학을 밝히고, 경영진과의 전략회의에서도 고객을 위한 혁신 가치 창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 밀레니얼, X세대, 베이비부머 등 다양한 세대의 고객들을 아우를 수 있는 자문단도 마련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어른이 돌아가시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분위기 쇄신 및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계기로 그룹의 방향성을 다시 다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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