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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중동 일감 ‘반토막’…해외건설 13년 만에 최악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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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저유가, 중국 업체 성장 등 악재 겹쳐…국내 주택사업 주력한 결과라는 해석도]

머니투데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건설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이 200억 달러를 밑돌 전망이다. 165억달러를 기록한 2006년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시장에서 일감이 절반 이상 쪼그라든 충격이 컸다.

저유가로 중동 지역 발주가 줄어든 데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에 수주전에서 밀린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84억764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2% 감소했다. 연내 추가 대형 공사 계약이 없다면 수주액 200억 달러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가 연초 전망한 해외수주 규모가 35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조한 실적이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0년 수주액(716억달러)와 비교하면 1/4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라크 사태 등으로 중동지역 발주 물량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미·중 무역갈등으로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가 감소한 점도 수주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수주 실적을 보면 그동안 국내 건설사가 선전했던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 신규 수주가 대폭 감소했다.

특히 올해 중동 지역 수주액은 44억달러로 전년 실적(92억달러)과 비교해 52% 줄었다. 지난해 53억달러였던 아랍에미레이트(UAE) 수주액이 6억6000만달러로 급감했고 카타르, 터키, 쿠웨이트 수주액도 전년보다 70~80% 줄었다.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108억달러로 지난해(162억달러)와 비교해 약 33% 감소했다. 태평양·북미(10억4000만달러→5억4800만달러) 중남미(7억3000만달러→1억6200만달러) 아프리카(7억600만달러→3억8500만달러) 지역에서도 수주액이 동반 감소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단순 시공 분야 비중이 여전히 높고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시공 품질이 개선돼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 분야에서도 미국, 유럽 업체에 뒤처졌다.

건설사들이 수익이 안정적인 국내 주택사업에만 치중한 점도 해외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엔 해외 대형 프로젝트라도 손실 가능성이 우려되면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은 점점 약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건설산업의 글로벌경쟁력은 2017년 9위에서 지난해 12위로 하락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공항, 신도시 개발 등 국토교통 분야 정부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국내 기업이 수행하는 건설현장을 방문해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격려성 이벤트보다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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