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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에서 12만원 사기친 20대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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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중고물품을 판매하겠다고 속여 12만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인터넷 직거래 사기 피해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경찰은 선제적 대응에 현실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판사는 지난 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24) 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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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 뉴스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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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 5월 22일 중고나라 카페에 '에어팟을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김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구매 의사를 밝힌 정모 씨에게 "돈을 송금해 주면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를 믿은 정씨는 김씨 계좌로 10만원을 입금했으나 약속했던 에어팟은 받지 못했다. 김씨는 애초에 에어팟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2개월이 지난 김씨는 또다시 'V20 배터리 세트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방식으로 추모 씨로부터 2만원을 받은 뒤 판매 물품을 보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여러 차례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있음에도 또 다시 재범했다"며 "피해가 회복되거나 합의된 바 없는 점은 불리한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 각 범행의 피해액 자체가 경미하고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벌금형 이상 무겁게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 유리한 사정이 있다"며 김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중고나라는 일반 시민들이 중고 물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인터넷 카페다. 중고 물품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올라오면 구매를 원하는 이용자가 기재된 연락처를 통해 흥정을 하고, 돈을 입금한 뒤 물품을 택배로 수령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 카페는 판매자가 돈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지 않는 사기 판매가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일부는 판매 물건 대신 돌덩이나 쓰레기, 오물, 반려동물 배설물을 택배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황당한 피해 사실들이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면서 시민들은 중고나라 카페에 '오늘도 평화롭다'는 역설적인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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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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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망 이용범죄는 총 12만3677건 발생했다. 이중 인터넷 사기 범죄는 총 11만2000건으로 피해액만 1256억8000만원에 달한다. 3년 전 인터넷 사기 범죄 8만1849건에 비해 36.8% 증가한 셈이다.

특히 중고나라 카페처럼 판매자와 구매자 개인 사이에서 진행되는 '직거래 사기'는 지난해 7만4044건 발생했다. 인터넷 사기 범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피해액은 277억9500만원으로 전체 22%에 불과하다. 인터넷 직거래 사기가 소규모로 다수 발생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직접 팔 겉은 시민들...경찰 "선제적 대응 힘들어"

인터넷 직거래 사기 피해가 늘어나자 시민들이 직접 '단속'에 나섰다. 인터넷 직거래 사기 전력이 있는 사람들의 휴대폰 번호와 계좌 번호 등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 치트'도 지난 2006년 개설됐다. 이용자들은 거래하기 전 거래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조회하고 사기 전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쉽지 않다. 사기 가해자들은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통해 매번 핸드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바꿔가며 범행을 저지르고 있어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경찰청 홈페이지에 더 치트와 유사한 서비스인 '인터넷 사기 의심 전화·계좌번호 조회'를 제공하고 있을 뿐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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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경찰의 인터넷 사기 의심 전화·계좌번호 조회 서비스. 2019.12.16 hakjun@newspim.com [사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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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기 피해 등을 수사하는 서울의 일선 경찰은 "중고나라 카페나 번개장터 같은 게시글에 경찰이 개별적으로 들어가서 그것이 사기인지 아닌지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찰이 하나하나 모니터링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개인들 거래 관계를 경찰이 사전에 위법한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힘들다"며 "전화번호나 계좌가 종전에 사기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 하더라도 또 사기 범행을 저지를 것인지 예측해 예방해야 한다는 접근은 곤란하다"고 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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