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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CEO LOUNGE] 3연임 성공 이대훈 NH농협은행장 | 디지털 전환 이끌어낸 ‘미스터 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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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61년 경기 포천 출생/ 농협대 협동조합,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 중앙대 대학원 유통산업학/ 1985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9년 서수원지점장/ 2010년 광교테크노밸리지점장/ 2013년 NH농협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 2015년 은행 경기영업본부장/ 2016년 은행 서울영업본부장/ 2016년 11월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 2018년 NH농협은행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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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사람이 됐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58) 3연임이 확정됐을 때 대내외에서 한결같이 나온 평가다. 이 행장은 최근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최종 후보자 면접을 통해 농협은행장 단독 후보로 확정됐다. 주주총회를 거쳐 1월부터 3기 행장직을 수행한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 임기는 1년씩 연장되는 것이 관례다. 지금까지 금융 부문 CEO는 ‘1+1’년 형태로 한 차례 연임했던 사례만 있었다. 이 행장은 이번 선임 확정으로 임기 3년 첫 장수 CEO 전통을 만들었다.

2017년 처음 행장 선임이 됐을 때부터 이 행장은 ‘준비된 농협은행장’임을 입증했다. 농협대 출신으로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입사, 주로 금융권에서 두각을 보였다. 2004년 NH농협은행 경기도청출장소장, 2009년 NH농협은행 서수원지점장, 2013년 NH농협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 2015년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장, 2016년 농협협동조합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영업은 물론 금융 실무를 제대로 익힌 인물로 분류됐다.

그런 그가 행장이 되면서 농협은행은 이전 행장 시절 성장 정체를 딛고 빠르게 안정화됐다. 은행의 주요 경영지표 중 하나인 당기순이익만 놓고 봐도 재임 1년 차였던 2017년 6521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1조2226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순익에 맞먹는 1조1922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 목표 1조2800억원을 지난 10월 23일에 조기 달성했다”고 자랑했다.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선전했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총자산이익률은 0.53%로 2년 전인 2017년 3분기 0.26%의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자기자본이익률은 올해 3분기 기준 9.88%로 2017년 3분기 4.75% 대비 5.13%포인트 급등했다.

수익성이 높아지면 건전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개선되기 힘들다는데, 농협은행은 어땠을까.

2017년만 해도 1.03%였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올해 9월 말 기준 0.75%까지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낮을수록 부실 위험이 덜하다는 의미다. 연체율, 즉 돈을 빌린 후 못 갚은 비율도 2017년 0.47%에서 최근 9월 0.46%로 소폭 개선됐다.

매경이코노미

▶해외 진출, 디지털 고도화 여전히 숙제

사실 이보다 이 행장이 더 근본적으로 농협은행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디지털’이다. 이 행장은 ‘미스터 DT(디지털 전환)’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농협은행의 디지털 혁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벤처기업 지원, 핀테크 개발 등을 맡고 있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 내에서 그는 ‘은행장’이라는 호칭 대신 ‘디지털 익스플로러(Digital Explorer)’란 이름으로 활동한다. 또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매주 1회 편안한 캐주얼 복장으로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마련된 ‘디지털 콕핏(Cockpit)’에서 업무를 보면서 강한 혁신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했다. DT 선포식을 열고 ‘W.I.T.H Digital NH’란 슬로건 아래 4대 부문 50대 과제 도출, 부서별 디지털 혁신 리더를 지정해 체질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 노력은 고스란히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비대면 채널 적용, 개인화 마케팅 지원 등을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고도화하면서 데이터 분석 속도 40% 개선 등의 실질적인 개선 수치를 이끌어냈다.

또 은행권 최초 ‘P2P 금융 증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선보여 특허를 출원했다. 이는 외교부 ‘영사확인증 블록체인化 서비스’에 적용했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바이오 인증이 적용된 신채널 NH-STM(고기능자동화기기) 구축도 이 행장 작품이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농협은 뚜렷한 진화를 보였다. ‘콜봇-AI 상담 시스템’을 도입, 영업점 대표번호로 유입되는 모든 통화를 AI 콜봇이 1차로 대응하도록 해 전화상담 업무를 혁신적으로 감소시켰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다. 상담 인력의 부담을 줄이고 다른 업무에도 배치할 수 있게 돼 그만큼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도는 최근까지 계속됐다.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가 대표적인 예다. 39개 업무에 로봇 120대 규모의 RPA를 도입, 그동안 사람이 단순 반복 업무로 소비했던 연 20만시간의 일을 대체했다. 은행권 최대 규모다. 참고로 농협은행의 단순 반복 업무로는 개인여신 자동 기한 연기, 휴폐업 정보 조회 등이 있다.

더불어 전자창구를 전국 영업점 819개소, 3784개 창구로 확대하면서 업무 처리시간 단축, 문서관리 비용 연간 8억원 정도의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농협은행 측은 소개했다.

은행의 대표 서비스라 할 수 있는 디지털 뱅킹 관련 외부 평가도 나쁘지 않다.

빅데이터 전문회사 아이지에이웍스가 매경이코노미와 손잡고 올해 9월까지 누적 기준 은행앱 사용률, 사용시간 등을 따져봤더니 NH스마트뱅킹은 로보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며 업계 1위(사용시간, 9월 기준)에 오를 정도로 강점을 보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NH스마트뱅킹 가입자 수는 1500만명, 11월 기준 디지털 채널 고객 수는 올해에만 174만8000명이 새로 가입해 연간 목표를 돌파했다. 디지털로 금융상품을 판매한 건수는 92만건을 넘겼고 4조1000억원이 신규로 투자상품에 가입했을 정도로 호조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아이지에이웍스 관계자는 “NH스마트뱅킹은 전국 지점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보니 1500만명의 가입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체류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행장에게도 적잖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다른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 실적이 미미하다. 물론 이 행장 재임 기간 동안 미얀마에서 영업구역을 늘리고 8개 지점을 새로 열기는 했다. 캄보디아에서는 도시 지역 특화 신상품으로 ‘SME Loan’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도 7억달러 규모의 효성 신디케이트론에 자금 대리은행으로 참여했는가 하면 효성케미컬, 대우비나 등 거래업체를 늘려나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출 국가가 여전히 제한적인 데다 전문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디지털 채널이 ‘교통정리가 안 됐다’는 고객 평가도 해결해야 할 점이다. 물론 이 행장 시절 새로운 디지털 전략에 따라 다양한 앱을 선보였다. 다만 농협은행 고객 입장에서는 NH스마트뱅킹, NH인터넷뱅킹, 올원뱅크 등이 혼재돼 각각 어떤 이점이 있는지 알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앱 이용 고객 A씨는 “데이터 로딩이 지연되는가 하면 이미 앱을 잘 쓰고 있는데 또 올원뱅크에 가입해달라는 은행원의 권유가 있어 혼란스럽다”고 귀띔한다.

더불어 ‘기업금융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기업금융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농협은행은 2016년만 해도 조선·해운업의 부실 때문에 5조7000억여원대 관련 업종 익스포저가 있었다. 익스포저는 금융사 자산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누적된 손실을 회계장부상에서 최대한으로 털어버리는 이른바 ‘빅베스’ 전략을 써서 급한 불을 끄기는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금융 역량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이다. 순익도 예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한 만큼 기업금융 비중을 어떻게 늘릴지도 관전 포인트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닦는 자는 흥하리라’.

이 행장이 2017년 취임 당시 인용한 문구다.

이후 스스로 광폭 행보를 보이며 ‘생각 즉시 행동’에 옮긴 이 행장이 임기 3년 차에는 종전의 과제를 얼마나 잘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8호 (2019.12.18~2019.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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