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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Star&Talk] 데뷔 28년 만에 전성기 이정은 | 기생충부터 동백꽃까지 영화·드라마 종횡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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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사진 : 유용석 기자


“가장 불행할 때 행복한 순간을 생각하고 행복할 때 불행한 순간을 떠올려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버릇이죠. 하하!”

2019년,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맞은 배우 이정은(49)은 이같이 말하며 무릎을 탁 쳤다. 올해 초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시작으로 ‘타인은 지옥이다’ ‘동백꽃 필 무렵’과 영화 ‘기생충’까지 다양한 도전에 임하며 미친 존재감으로 떠오른 그녀. 이처럼 빛을 보기까지 무려 28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최근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해마다 목표는 연말 ‘연기대상’ 수상이 아닌 시상이었다. 수상자의 울먹이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뭉클하고 행복해지고는 했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러고는 “(상을) 받는 건 무섭고 부담스럽다. 카메라가 내 얼굴을 잡을 때는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앞으로도 시상을 하러 가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좋은 일이 많이 생겨 기분이 좋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도 털어놨다.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정은은 그동안 무대와 스크린, 안방극장을 오가며 내공을 쌓았다. ‘오 나의 귀신님’(2015년) 속 ‘서빙고 보살’로 얼굴을 알린 뒤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2018년)에서는 ‘함안댁’으로 열연해 일명 ‘함블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아는 와이프’(2018년), ‘미쓰백’(2018년), ‘눈이 부시게’(2019년), ‘미성년’(2019년), ‘기생충’(2019년), ‘타인은 지옥이다’(2019년) 등에서 맹활약하며 꽃길을 걷고 있다.

매 작품 전혀 다른 얼굴로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그는 “나이나 분량 등에 상관없이 입체적인 인물이라면 무조건 선택한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는 결과가 나오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노력하게 된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이 과정을 즐겨야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저를 향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저는 달라진 게 없어요. 그러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고요(웃음). 저를 배신하지 않는 건 오직 노력, 진심, 초심뿐이라고 믿어요. 지금 이렇게 목도하고 있듯이.”

늦은 전성기에 더 큰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그다. 새삼 새로운 스트레스로 스스로를 옥죄지 않고 주어지는 대로 연기를 할 생각이란다. “만약 저에 대한 관심도가 내려간다면 밖에서 또 열심히 작품에 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못해낼 때도 있을 거고 불시착할 수도 있겠죠. 약속할 수 있는 건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거예요. 연기를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을 때도 굴하지 않고 노력해 더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뜨거운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지만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정은은 “어떤 배우를 봐도 정반대의 연기란 없더라. 격차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중심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서 “(연기의 폭을) 늘려가봤자 고무줄처럼 당겨진다. 그런 탄성도 결국은 나 자신을 통해 수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유의 DNA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무리한 변신에 집착하기보다는 내 안에 얼마나 다양한 게 있는지를 꾸준하게 실험하고 싶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눠 먹을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그는 “조연은 튀는 사람이 아니라 서포팅을 해주는 사람이다. 주인공이 가는 길을 잘 넓히고 확장시켜주는 일을 하는. 그런 좋은 조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세련된 표현이 어려워 제 식대로 말하자면, 어떤 역할에 후배들이 올라왔을 때 이 친구를 향해 박수 쳐주는 마음을 갖고 싶어요. 비록 조금 더 해 먹고는 싶지만 그런 걸 겸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웃음).”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 사진 : 유용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8호 (2019.12.18~2019.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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