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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취임 10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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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은성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취임 100일을 맞이해 오는 17일 송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9월9일 취임한 은 위원장은 소통에 능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금융권으로부터 받고 있다.

은행의 신탁 판매 금지 조치를 두고 은행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자 은행의 의견을 수용해 신탁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은 위원장은 은행이 신탁을 제한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소비자 보호 측면을 강화하면서 은행과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찾아 2인 정례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전임 위원장 시절 키코(KIKO) 사태 등을 둘러싸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을 감안한 것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자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윤 원장은 취임 이후 키코 사태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지만 최종구 전 위원장이 ‘키코 사태가 분쟁조정 대상인지 의문’이라고 밝히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가 급속도로 냉각된 바 있다. 은 위원장은 취임 10여일 뒤 윤 원장을 찾아 “모두 소통이 안 돼 그런 것”이라며 매월 첫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개최 전후로 2인 회의를 정례화했다.

키코 사태를 대처하는 은 위원장의 행보에서도 소통이 돋보였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전격 단독면담을 가졌는데, 금융위원장이 피해자 단체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은 위원장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의 만남이 이뤄진지 한 달 뒤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평균 23%의 배상비율을 권고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은 위원장 취임 이후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소한의 기본 형식과 틀은 지키면서도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평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 형식은 지키면서도 이야기를 잘 듣는 등 소통을 잘한다”며 “회의에서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만 은 위원장의 격의 없는 소통이 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지난 10월 취임 한 달여 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 위원장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투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했는데 이것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불완전판매를 겪은 투자자에게 투자의 책임이 있다는 것처럼 해석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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