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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해넘기는 정책과제] 연금개혁 ‘폭탄돌리기’ 재연되며 무산…노동개혁은 시작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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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등 정치일정 격량 속 휩쓸리며 추진동력 상실 우려

‘친노동정책’에 밀려 노동 유연성 이슈 후순위로 밀려나

[헤럴드경제=김대우·정경수 기자] 연내 국민연금 개편이 무산되고 일자리 회복에 중요한 노동 유연성 제고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조치는 발걸음도 떼보지 못한 채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누구도 ‘더 내고 덜 받는’ 인기 없는 정책을 감당하지 않으려는 ‘폭탄돌리기’ 가 어김없이 재연된 것이다.

내년 후반기로 접어들면 차기 대선이 2년도 남지 않는 시점이다. 임기 말 국민부담이 커지는 연금개편은 물론, 노동유연성 제고 등 구조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골든타임만 허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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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도록 한 개편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복지부가 제출한 개선안을 다시 짜도록 지시한 후 정부는 1년이나 끌면서도 단일안 마련에 실패한 채 국회로 공을 넘겼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4가지 개편안을 단일안이 아니라며 논의를 거부했고 올해 8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특위의 3가지 개편안에 대해서도 적극 논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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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연금개편이 내년 6월 21대 국회가 구성된 뒤 본격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경사노위 개편안을 중심으로 안을 다듬고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도 성사 가능성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표심을 고려하면 정부가 보험료율을 담은 연금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전체 국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2.9%에서 2060년 27.3%까지 떨어진다. 반면 수급자 비중은 9.4%에서 37.8%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부담할 연금수급자는 올해 18명에서 2060년 121.7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일자리 문제를 풀어가는데 긴요한 노동유연성 제고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과 이에 따른 후속조치에 순위가 밀려 시작도 못했다. 정부로선 해를 넘기게 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입법이 시급한 과제다. 또 ‘최저임금 1만원’ 시대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 등 노동계의 주장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지역·업종별 차등적용 등 경영계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조화시켜 처리할지도 미뤄둔 숙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노동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3.4점)보다 낮은 54.1점으로 집계됐다. WEF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 중에서는 3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는 낮은 노동 유연성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내년 본격적인 노동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직무급제 도입이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리 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경제규모, 거시경제의 안정성 등은 최상위권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동시장, 규제 등의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선(先)안정 후(後)유연’ 노동정책으로 방향을 잡아놓은 상황이라 노동 유연성 이슈를 살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는 기존의 친노동정책을 포기할 수 없어 유연성 이슈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의 최저임금·근로시간 관련 다툼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총선 이후 국회 원구성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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