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외화보험 자체감사만 세 번째…외국계 보험사 DLF 사태 불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외화보험 올해 인기…금감원, 불완전판매 없었는지 확인 권고

"불완전 판매를 꼼꼼히 지도하는 것은 좋은데, 지난 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또 확인 작업을 하라고 하니 힘이 빠집니다. 영업 등에 써야할 신경이 분산되고 있어요."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을 판매했던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재차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외화보험은 미국 달러 등 외화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도 외화로 받는 상품을 말한다. 외화보험을 판매하는 4개 생명보험사는 올해 1분기에만 1만5735건을 팔았고, 첫회 보험료는 1874억원에 달했다.

자체 감사는 만 60세 이상의 고령 가입자가 환차익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외화보험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가입 채널별 샘플조사로 진행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단순히 ‘네, 아니오’로 답변하는 식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보험 가입자가 해야하는 꼼꼼한 확인 절차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연합뉴스 제공



이는 외화보험이 환차익을 보는 상품이라고 오인해서 보험에 가입했거나 외화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올 들어 1113원까지 하락했던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8월 13일 1223원까지 오르자, 외화보험 판매량이 늘었다.

외화보험 판매가 늘어나자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를 수시로 제기하고 있다. 올 8월엔 외화보험을 판매하는 외국계 보험사들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지시하고, 일부는 자료 제출 등을 통해 직접 검사했다. 당시 조사 결과 불완전판매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왔다. 불완전판매를 확인하고도 넉달 만에 한번 더 재차 자체 감사를 시킨 셈이다.

외화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 중 한 곳은 올해만 해피콜을 세 번째 반복하고 있다. 해피콜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 후 계약자에게 중요사항 이해 여부를 질문하고 부실판매 시 반송, 청약 철회, 재설명 등을 하는 완전 판매 모니터링 제도다. 보험사 관계자는 "수개월 전에 가입한 상품에 대해 재차 설명하라는 해피콜을 하면 고객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올해 유난히 외화보험에 대한 우려가 큰 것 같다"고 했다.

보험사는 국내 시중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를 불완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자 금융당국의 긴장도가 높아진 것으로 배경을 이해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에 직접 찾아가 설명도 수 차례하고 조사도 받고 감사도 수 차례 했는데 유난히 외화보험에만 집착한다"면서 "이 때문에 회사 역량이 낭비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금감원이 60세 이상의 고령 가입자의 금융지식을 과소평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60세 이상 가입자라고 하지만 보유자산 중 달러화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험가입을 추진하는 가입자가 많은 편인데, 60세 이상이면 무조건 외화보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보험에 대한 현장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자체 감사를 반복적으로 시키는 것이고, 이는 금감원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