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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충북 웰니스 투어] 빌딩숲 떠나 나무숲…쉼표 찍는 여행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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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숲속 시원한 전망을 선사하는 제천 리솜 포레스트 인티니티풀은 SNS 사진 명소로 인기다. [사진 제공 = 리솜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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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이 저물어간다. 취업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전쟁 같은 회사 생활에 지친 일상을 반영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9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구직자들은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의 '전전반측(輾轉反側)'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직장인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사자성어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었다.

그래서일까. 연말 모임이 한창이다. 송년회 자리도 필요하지만 한 해를 차분히 잘 매듭짓는 여행이 절실한 요즘이다.

이럴 땐 빌딩숲을 떠나 울창한 나무 숲속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명상에 빠지고 싶다. 몸에 낀 지방도 태우고 뇌에 낀 찌꺼기도 제거하게끔 말이다.

이렇게 지친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휴식을 겸한 여행이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웰니스 관광지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전국적으로 41곳이다. '웰니스(wellness)'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는데 질병(illness)의 반대말이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 떠나라. 쉼표를 잘 찍는 것도 여행이다.

먼저 찾은 곳은 한국 최초 원시림 속 리조트인 충북 제천의 리솜 포레스트다. 리조트 안에 방문객의 차가 돌아다니지 않고 전깃줄도 없다. 체크인을 하고 스파와 식당이 있는 힐링스파센터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는 카트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운동 삼아 걸어가도 좋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숙소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리조트의 70%가 숲일 정도로 울창해 나무가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산책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자연 속 산장빌라는 과거 화전민이 살던 터에 지었는데, 빌라 내부도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여 자연과의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숙소에서 통유리로 된 문만 열고 테라스로 나오면 숲과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이 맞아준다. 밤에는 별빛이 쏟아지고 아침에는 숲속으로 해가 솟는다.

산세도 수려하고 물도 좋다. 원기 회복을 도모하는 데 스파만 한 것이 없다. 리솜 포레스트의 해브나인(Have 9)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9가지 힐링 프로그램을 골라서 체험할 수 있다. 이 중 한방체질 스파는 사상의학에 기반을 둔 맞춤형 스파다. 오른손 엄지부터 왼손 새끼손가락까지 열 손가락을 기계로 인식하게 하면 체질을 알려준다. 리솜 포레스트에 있는 이 진단기계는 남한에 2개뿐인 북한산이다. 북한 한의사가 만들었는데 현재는 남북 교류가 끊겨 더 이상 들여올 수 없다. 진단 결과 한국인 중 60%가 해당하는 태음인이다. 안내에 따라 방풍탕에서 몸을 담그고 나오니 칡차를 내준다.

달빛에 체조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물 위의 요가라니. 아쿠아플로팅요가라는 프로그램이다. 수면 위에 매트를 깔고 강사의 가르침에 따라 동작을 수행하면 된다. 수면 위에서 중심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려면 체력이 곱절로 든다. 칼로리가 타면서 몸은 기분 좋게 욱신거린다. 인지력과 근력 발달에 효과가 있다. 혹여나 물이 빠질까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평균 수심 120㎝에서 진행하기에 무리가 없다.

리솜 포레스트의 야외 인피니티풀은 숲속 풍경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생샷 성지로 손꼽힌다. 커다란 돌을 깎고 속을 파낸 스톤스파는 폭이 좁아 연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겨울철엔 날씨가 쌀쌀해 쉽사리 밖으로 나가기 어렵지만 치명적인 유혹이다. 한방체질 스파와 아쿠아플로팅요가를 하려면 래시가드와 수영모를 챙겨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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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깊은산속 옹달샘에서는 요가와 명상으로 심신을 회복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깊은산속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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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찾은 곳은 2010년 아침편지문화재단이 설립한 충주 깊은산속 옹달샘이다. 이곳에서는 통신, 알코올과 단절된 생활을 받아들여야 한다. 명상 프로그램 중 휴대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술을 포함한 외부 음식물을 절대 반입하지 못한다. 그 빈자리를 명상과 건강식이 채운다. 하루 삼시 세끼에 3만5000원인 '사람 살리는 예술 밥상'은 간장과 오일 등을 제외한 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했다. "먼저 애호박과 가지를 드셔보세요. 조미료를 치지 않은 맛을 보면 자연 그대로의 맛을 알 수 있어요." 데친 반찬을 먼저 맛보라는 설명을 그대로 따랐다. 애호박을 씹을 땐 달짝지근했고, 가지에서는 고소한 즙이 배어 나왔다. 밑반찬뿐 아니라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감자와 토마토, 고기를 주재료로 만든 스튜도 자극적이지 않았다. 먹을수록 '재료가 요리의 절반'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기분 좋게 영양분을 섭취한 다음엔 요가로 건강을 챙기고, 명상으로 영혼을 살찌울 차례다. '바로 요가'는 몸의 정렬을 확인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2인 1조로 외발로 서서 옆 사람에게 의지해 몸의 균형을 잡는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바르게 서고 몸을 곧게 펴는 요가 동작으로, 덩달아 파트너와 협력심도 기룰 수 있다.

이어지는 '싱잉볼 명상'은 티베트에서 2400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프로그램이다. 요강처럼 생긴 그릇을 링 쿠션으로 친 소리를 활용한 명상법이다. 징이나 꽹과리처럼 세게 두들기지 않고, 아주 살짝 아이의 볼을 만지듯 터치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싱잉볼을 귀에 가까이 대고 소리에 집중하면 몸에 소리의 파동이 전해진다. 체내의 세포를 깨우고 에너지와 기의 흐름을 정돈해 정신을 맑게 해준다.

웰니스는 illness의 반대말이라는 뜻보다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라는 해석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연말연시를 맞이하기 위한 적절한 여행이었다.

[제천·충주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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