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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1년3개월 만에 만난 文·비건…막힌 美·北대화 돌파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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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방한한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해 벼랑 끝에 몰린 비핵화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비건 지명자를 만나는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지난해 면담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직전에 이뤄졌다. 당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순풍을 타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비건 지명자는 이후 수차례 방한했지만 문 대통령을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 이번에 직접 나선 것은 그만큼 북한 문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협력 방안을 모색한 데 이어 한미 간 물밑 접촉은 이어졌지만 '시계 제로'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연말이 지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사실상 이번 비건 지명자의 방한이 미국과 북한 간 '치킨게임'을 끝낼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한한 비건 지명자는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동향에 대한 정보 공유 및 대처 방안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넉 달 만에 방한한 비건 지명자는 문 대통령 예방에 앞서 16일 오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3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만나 한반도 정세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다양한 양국 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협상은 17일부터 서울에서 재개된다.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5차 회의를 위해 15일 방한했다. 드하트 대표는 17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11차 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에 나선다.

청와대는 최근 북한의 강도 높은 경고성 발언에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4일 두 차례나 핵을 언급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16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별다른 대북 메시지는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미국과 공조 외에 중국의 지원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위해 오는 23일 출국하는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별도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는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나 별도로 비핵화 협상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통한 대북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외교활동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외교를 외세 의존이라며 비난하고 나서 문재인정부의 '조정자' 역할을 깎아내렸다.

평양방송은 15일 '외세 의존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남조선의 현 당국은 외세에 조선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구걸하는 멍텅구리 짓만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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