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비건 대표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외교부와 통일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연다. 두 사람은 북한이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까지 언급하며 중대시험을 하는 최근 동향을 비롯해 대화 재개 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약식 회견도 예정돼 있다. 비건 대표는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도 만난다. 지난달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비건 대표가 정식으로 임명될 경우, 조 차관이 카운터파트가 된다.
비건 대표는 특히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도 만난다. 문 대통령이 비건 대표만 단독으로 접견하는 것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지난 7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30여분 통화한 것의 연장선으로, 한·미 양측이 그만큼 한반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대외적으로 어떤 대북 구상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비건 대표의 메시지 수위,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향후 한반도 정세 전개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어서다. 한·미 외교당국도 비건 대표가 한국 언론 등에 말하는 형식을 빌려,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준비해 왔다. 비건 대표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에 앞서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추가 도발 자제를 경고하면서도, 협상 복귀를 촉구하며 ‘유연한 접근’이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 대사가 지난 11일 미국의 요청으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밝힌 정도의 수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직접 접촉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는 방한 직전 ‘판문점 접촉’ 여부에 대해 “지금은 아무것도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로선 북측과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비건 대표와 북측 사이에 전격 회동이 성사된다면, 북·미 간 ‘말폭탄’과 ‘무력 사용’ 공방으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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