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北美접촉 가능성에 “지금 할 말 없다”
北박정천 총참모장 “대화도, 대결도 준비”
북한이 ‘핵전쟁’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두 번째 중대한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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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제시한 ‘연말 시한’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가운데 한반도정세 긴장 수위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일에 이어 13일 또다시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며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에 대화 테이블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북한이 연말까지 요구한 ‘새로운 셈법’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금주 방한은 내년까지 이어질 북미관계와 한반도정세에서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美, 北 요구 ‘새로운 셈법’ 없을 듯=미국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지난 7일 중대한 시험 발표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두 번째 중대한 시험 발표에 대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들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북한이 ‘새로운 길’로 방향을 틀려는 민감한 시기에 북한을 쓸데없이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14일(현지시간) 방한길에 오른 비건 특별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알렉스 웡 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과 함께하는 비건 대표는 15일~17일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다.
일각에선 비건 대표의 방한 계기에 북한 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을 포함한 전격적인 북미접촉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성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비건 대표는 한국으로 출발하기 앞서 북미접촉에 대해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또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면서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을 준비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미국은 비건 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북미접촉을 갖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비건 대표의 방한에 대해 “북한의 계산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으로서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연말 시한을 언급한 만큼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물러서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북한에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에 북미 간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北, 또 ‘중대 시험’…“핵전쟁 억제력 강화”=이런 가운데 북한은 김 위원장의 두 차례 백두산 등정 이후 점차 새로운 길로의 방향 전환을 노골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은 14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발표를 통해 전날 밤 10시41분부터 48분까지 7분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됐다며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같은 날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중대한 시험과 관련해 미국의 핵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힘의 균형이 철저히 보장돼야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발전과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했다”며 “우리 군대는 최고영도자의 그 어떤 결심도 행동으로 철저히 관철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중대한 시험에 대해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한미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7분간 시험이 이뤄졌다고 밝힌 점에 주목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단연소를 위한 2단 엔진용 다단로켓 내지 정찰위성 발사용 장거리로켓 개발과 관련됐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한편 박 총참모장은 담화에서 “우리는 적대세력들의 정치적 도발과 군사적 도발에도 다 대비할 수 있게 준비돼있어야 하며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첨예한 대결상황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아직까지는 대화의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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