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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요기요 운영 獨회사, 배달의민족 5조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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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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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주)우아한형제들이 한국에서 '요기요'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DH는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DH는 한국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서비스를 별도 운영하지만 국내 배달 앱 1, 2위 업체를 모두 보유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DH와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은 이와 함께 50대50 지분으로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를 싱가포르에 설립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은 13일 DH 최고경영진과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DH는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했으며, 우아한형제들 전체 지분 중 87%에 달하는 국내외 투자자 지분을 우선 인수하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 주요 주주는 힐하우스캐피털,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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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겸 대표(사진)를 포함한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3%도 DH 본사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토종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김봉진 대표는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고 해외 사업에 전념하는 대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던 김범준 부사장이 대표에 오른다. 김 부사장은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엔씨소프트와 SK플래닛 등을 거쳐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으며,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할 예정이다.

DH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최대 사업자가 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이 55.7%로 선두를 차지했다. DH는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로 33.5%, 배달통으로 10.8% 점유율을 기록하며 총 44.3%를 차지했다. 양사는 인수 후에도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분리 운영한다.

이 때문에 올해 쿠팡의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등 신규 서비스가 출시된 상황을 감안해도 업계에서는 DH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떠오르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경쟁 체제를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각각 발전시킬 계획이어서 시장 독점 사업자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합병이 국내외 배달 앱 시장에서 거대 자본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 맞서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고 주장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그랩, 고젝 등 모빌리티 기업들이 배달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힘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사는 구체적인 지분 수량은 확정하기 어렵지만 김봉진 대표가 지분 전환을 통해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DH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 멤버가 된다. 또 DH와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50대50으로 설립하는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는다. 이미 우아한형제들이 진출한 베트남 사업은 물론 DH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경영한다.

DH는 현재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에서 배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인수로 한국 시장 성공 노하우와 DH의 기술력 및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DH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글로벌 선두 업체다. 양사는 효과적인 배차, 주문 정확도를 높이는 시스템 등 전반적으로 운영의 고도화·효율화를 꾀할 예정이다. 배달 앱 효율성 향상으로 고객 편의성을 개선시켜 주문 증가 등으로 이어지게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입점 업주들도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DH 측은 "아시아 시장은 배달 앱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업계 1위를 이룬 김봉진 대표가 아시아 전역에서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는 5000만달러(약 600억원)의 혁신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돈은 푸드테크 분야에 있는 한국 기술 벤처의 서비스 개발 지원에 쓰인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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