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점포 철거비도 버거운 자영업자…"돈 없어서 폐업도 못할 지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자영업자 폐업 속출 ◆

매일경제

서울 모처에 위치한 건물 1층에서 음식점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장기 불황과 비용 급등 영향으로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점포철거비용지원제도` 사업 수혜자는 올해 10월까지 총 3556명으로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년 전부터 경기도 광명에서 맥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40)는 최근 가게를 접기로 결정했다. 인근 기업들 회식이 줄면서 자연스레 손님 발길이 끊겼고 매출이 계속 줄었기 때문이다. 원재료 가격과 임대료 상승도 짐으로 돌아왔다. 김씨 가게 자리에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없어 사업을 넘기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계속 가게 문을 열면 손해만 쌓여간다는 계산에 빨리 가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폐업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가게 인테리어를 원상복구하라는 임대인 요청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가게를 여는 데 들인 돈을 다 날렸고 현금이 있어야 폐업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 모씨(54)는 서울 서초동에서 5년간 운영하던 음식점을 지난 3월 닫았다.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탓에 평일 점심을 제외하면 매출이 많지 않았지만 소소한 벌이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매출도 30% 넘게 떨어졌다. 폐점하기에 앞서 반년 넘게 적자를 견디지 못해 대출도 받았다. 결국 박씨는 개인회생 절차까지 밟게 됐다.

적자는 늘어나지만 사업을 넘기지 못해 결국 점포를 철거하는 자영업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폐업을 결정하더라도 철거를 완전히 끝내는 순간까지 고통은 이어진다. 철거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급격한 인건비 상승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가게 경영을 중단할 때까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폐업을 앞둔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폐업 컨설팅을 제공하고 점포 철거 비용을 지원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폐업 지원' 프로그램 신청자는 5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763명으로 시작해 2016년 2067명, 2017년 2808명, 2018년 4132명, 2019년 1만706명으로 급증했다.

폐업 자영업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공단 컨설턴트들은 경기 침체, 주 52시간 근무제, 치열해지는 업계 경쟁 등을 폐업의 공통 원인으로 꼽았다. 신영철 컨설턴트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되고 1~2년 동안 외식업자들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외식비를 줄이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데다 기업 회식 문화 등이 없어지면서 저녁에 술을 파는 식당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은 공단이 지원하는 자영업자 중 70%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주류를 판매하는 곳은 하루 매출의 약 70%가 저녁에 나온다. 경기가 악화되고 저녁 문화가 달라지면서 많게는 저녁 매출의 40%까지 감소하는 외식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매일경제

급격한 인건비 상승도 폐업을 늘리는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배 모 컨설턴트는 "최저임금이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5년 이상 컨설턴트로 활동했는데 최저임금이 7000원대로 오른 뒤부터 1인 자영업자들 상담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외식업소 400개를 뽑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1년간 조사한 결과 31.3%인 125개가 최저임금 영향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쉬운 창업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자영업자 대부분은 진입 장벽이 낮은 식음료나 서비스 관련 업종으로 사업을 시작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분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에서 받은 지난해 자영업자 업종별 현황에 따르면 도매·소매업 종사자가 15만4728명으로 26.4%를 차지한 데 이어 숙박·음식점업은 14만1164명(24.1%)을 기록했다. 이들은 자영업자들 상황이 당분간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연일 컨설턴트는 "자영업 시장 경쟁이 이미 심하기 때문에 당분간 폐업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가 임대가격이 주택 가격과 어느 정도 비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르는 주택 가격과 함께 임대료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영업자들의 지출 증가를 우려했다.

[박대의 기자 / 강인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