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최근 1년간 추이/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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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전세계 IT주들이 급등했다. 미국이 내년에도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IT기업들의 내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돼서다. IT 업계에선 최근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친 데다 5G 등 차세대 기술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반도체기업이 많이 상장돼 있는 대만 가권지수는 1.16%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는 3.92%, ASE는 5.62% 급등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0.14% 상승에 그쳤지만 반도체 관련주인 도쿄일렉트론은 4.86%, 디스코는 4.71% 뛰었다.
한국 증시도 오랜만에 웃었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가 2.7%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를 1.51%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도 3.47% 상승했다. 한국 시간 오후 4시 현재 홍콩 항셍지수도 1.35% 상승 중이다. 텐센트가 2.88%, 스마트폰 부품 기업인 AAC 테크놀로지는 4.1%가 상승하고 있다.
이날 새벽 미국이 기준 금리를 동결한 데다 전세계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자 경기민감주인 IT주에 먼저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연준은 내년에도 금리를 유지할 뜻을 시사했다. 연준이 공개한 금리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7명 중 13명이 내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선행지수(CLI)도 오랜만에 반등해 내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에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전체 10월 CLI는 전월대비 0.01포인트 상승한 99.12를 기록했다. OECD CLI는 21개월째 하락세였다. CLI는 100 이상이면 경기확장, 100 이하면 경기하강을 의미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선행지수와 기업 심리가 개선되면서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최근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IT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있어서다. 이날 발표된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메모리 경기는 내년 중반께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투자 및 공급 증가로 반도체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으나 올 여름 이후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고, 내년에는 단가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에서 발표하는 반도체업종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크게 하락했다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일에는 2.23%가 뛰었다.
내년에 5G 관련 기술이 확대되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에 출시될 애플의 5G 아이폰이 인기를 끌 전망이라며 반도체 업체인 퀼컴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도 이달 초 "내년에 5G 수요로 D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다만 매수세가 시장 전반으로 퍼지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2일에는 영국 총선거, 15일 미국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미국, 일본, 대만 등 일부 시장은 최근 주가가 크게 상승해 가격 부담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산운용사의 말을 빌려 "당분간 버블에 주의하면서 시장을 쫓아갈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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