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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예산안 강행·국회법 개정 시도, 국민은 안중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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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전격적인 강행 처리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그제 밤 국회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512조 3000억원 규모의 수정 예산안을 상정, 통과시켰다.

내년도 예산안은 사상 최초로 500조원을 넘는 초슈퍼 규모였다. 꼼꼼한 심의를 통해 혈세 낭비를 막아야 했지만 예산 심의 과정은 ‘역대급 졸속’으로 기록될 것이다. 수정안 접수 2시간 만에 심사도 없이 강행 처리했다. ‘깜깜이 통과’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발을 무시하고 강행 처리한 것은 다수를 앞세운 범여권의 횡포로 볼 수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00일에 이르는 정기국회 회기는 결코 짧지 않다. 선거법 개정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대치로 삭발과 단식으로 이어지는 극한투쟁과 장외집회 등 대화 실종을 자초하면서 국회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 지도부의 선거공약이다. 소속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로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현재 60여명의 한국당 의원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현행 국회선진화법 위반의 경우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자신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지니 아예 그 법 자체를 바꾸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입법권을 갖고 자신들의 보신책을 삼겠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특권의식’의 발로다.

문제는 앞으로다. 어제부터 임시국회가 다시 시작됐다. 범여권은 4+1협의체를 가동해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강행할 태세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필리버스터와 함께 수정안을 대거 제출하며 시간 끌기 전략을 준비 중이다. 쪼개기 임시국회라는 편법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극렬하게 대치할 게 뻔하다.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국민적 비판에 다시 직면하게 된다. 여야 모두 ‘국민의 뜻’을 운운하지만 정작 민생 정치는 실종된 상태다.

국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되고 당리당략만이 판을 치는 것이 우리의 정치다. 이런 구태정치는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국민들의 엄정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악의 오명을 달고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는 20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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