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사설] 미봉에 불과한 주52시간제 보완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가 어제 주52시간 근무제의 보완책을 내놨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도록 예정된 50∼299인 기업에 대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시행은 하되 법을 위반해도 이 기간 동안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도 기존 자연재해 외에 일시적인 업무량의 대폭 증가, 연구 개발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뒤늦게나마 보완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주52시간제의 기본 취지는 노동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고 ‘취업 나누기’를 통해 일자리도 늘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집중 근무가 필요한 연구개발 등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적용으로 처음부터 무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대기업의 경우에도 취업자 증가세가 오히려 줄어드는 등 일자리 창출은 없고 조업단축 등의 부작용만 두드러졌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간당 노동비용 증가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일자리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공장을 아예 해외로 옮기려는 움직임까지 엿보인다. 초과근로수당이 줄어들어 저소득 근로자들 임금이 사실상 줄어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업종에 따라 최대 61%의 근로자들이 임금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 불만을 가진 정책인 셈이다.

문제는 보완책이 근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도는 그대로 두고 계도기간만 설정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한시적으로 덜어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일시적인 땜질일 뿐이다. 집중근무가 필요한 연구직의 경우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탄력·선택 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실책을 일시 유예로 미봉하기보다 법을 고쳐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에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주52시간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법안이 상정돼 있다. 그러나 여야의 정쟁에 밀려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기업은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저소득자는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문제점을 손질한 보완 입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