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여파로 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 계좌가 최근 넉 달 간 20% 넘게 줄었다. /정소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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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KEB하나은행, 사모펀드 판매 계좌 수 큰 폭 감소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 계좌가 최근 4개월 동안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투자 손실을 불러온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증권사와 보험사의 사모펀드 계좌는 소폭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 수는 4만 5147개로 6월 말보다 4개월 만에 1만 4368(24.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판매 계좌 비중은 6월 말 41.95%에서 10월 말 34.60%로 하락했다. 사모펀드 판매 잔고도 은행의 경우 6월 말 28조9634억 원에서 10월 말 26조6119억 원으로 8.1% 줄어들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8월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된 'DLF 사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DLF 사태가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 중에서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 수의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 수는 6월 말 1만5966개에서 10월 말 1만1173개로 30.0%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1만5727개에서 1만174개로 35.3%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7792개에서 7264개로 6.8% 감소하는 데 그쳤고, KB국민은행은 6127개에서 7225개로 17.9% 늘었다.
앞으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DLF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4일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발표했다. 해당 개선방안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사모펀드의 경우 향후 은행이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주요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규제가 증권사와 보험사의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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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은행권의 반발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사모펀드 판매 금지 규제에 대한 입장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DLF 사태 이후 고객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더욱이 당국이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 제한 입장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상황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규제가 증권사와 보험사의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같은 기간 증권사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 수는 8만545개에서 8만3382개로 2837개(3.5%) 늘어났고, 보험사는 1만86개에서 1205개로 119개(11.0%) 증가했다.
반면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은행과 증권사를 찾는 고객의 성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증권사의 수혜는 크지 않으며 전반적인 사모펀드 시장만 쪼그라든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을 찾는 고객과 증권사를 찾는 고객은 성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기존 은행 고객들이 증권사 거래 확대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대책의 큰 틀은 결국 사모펀드 규제 강화다. 규제 강화는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따라온다. 이번 규제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모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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