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12억 들여 근대문화전시관 조성 추진
찬반 논란에 등록문화재 등록 후 복원 계획
시민들 "흉물된 식산은행 복원 무의미" 철거 촉구
1933년 건립된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사진 충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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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가 일제 강점기 때 지은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 복원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충주시는 내년 2월부터 성내동에 있는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의 벽체와 지붕을 보수하고, 이곳을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건물이 낡아 계속 방치할 경우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건물 보수에는 12억3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주민들은 “일제 지배와 수탈의 상징을 보존하는 일을 멈춰달라”며 건물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조선식산은행은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산업자금 조달 등을 위해 1918년 설립한 금융기관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일제가 우리 민족자본을 수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가 보존을 결정한 조선식산은행 건물(부지 830㎡·건물면적 320㎡)은 1933년 건립됐다. 해방 후 은행 건물로 쓰이다 1981년 개인이 매입해 35년여 동안 가구점으로 활용했다.
충주 조선식산은행 복원 계획은 2015년 충주시가 7억원에 이 건물을 매입하며 시작됐다. 외부 복원을 마무리한 뒤 충주박물관에 수집·보관 중인 근대유물 자료를 전시하는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
80년이 넘은 이 건물은 콘크리트 벽체가 떨어져 목구조물 곳곳이 외부에 드러난 상태다. 내부 구조물과 창틀도 망가졌다. 원형의 3분의 2 이상이 훼손되고 구조상 안전 문제가 드러나자 시는 2016년 11월 여론 수렴을 위해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는 근대 건축물로서 가치가 높다는 복원 찬성 의견과 건물 훼손이 심해 복원이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충주시가 조선식산은행 복원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 식산은행 복원 반대 시민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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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충주시는 문화재청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서양식 석조건물의 분위기를 추구했던 일제 강점기 은행의 건축기법과 양식을 보여준다”는 의견으로 2017년 5월 이 건물을 등록문화재 683호로 등록했다. 함재곤 충주시 문화재팀장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등록된 문화재를 방치하기보단 보수·정비를 통해 전시관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색다른 건축물을 매입해 활용하면 볼거리도 되고 도시재생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식산은행 복원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식민 잔재를 세금을 들여 보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조선식산은행 건물 복원 반대 시민행동’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식민잔재이자 흉물이 된 식산은행 건물을 복원하겠다는 충주시의 결정은 역사의 본말을 망각한 행태”라며 “예산심의 요청을 비롯한 식산은행 복원을 위한 사업계획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충주 시민들은 지난 3월 식산은행 건물 맞은편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식산은행 건물 인근에는 조선시대 충주읍성 관아터를 보존한 관아공원이 조성됐다. 김일한 시민행동 사무국장은 “평화의 소녀상과 600년 충주 역사를 간직한 관아공원이 있는 자리에 식산은행을 두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건축학적인 가치는 물론 안전상 문제로 인해 보전이 어려운 식산은행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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