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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나토 70주년' 프랑스의 질문 "과연 누가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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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성명서엔 러시아·중국 견제 담겼지만…'테러' 개념 두고 터키와 갈등 지속]

머니투데이

[런던=AP/뉴시스]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윈필드 하우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동에 앞서 지난달 초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져있다"라고 비판했던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두 정상의 회동 분위기는 나토와 관세 등의 문제로 싸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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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내홍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로 나토가 설립된지 70주년. 오랜 세월동안 세계 정치 지형이 격변하면서 애초에 나토가 '적'으로 간주할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떠오르고 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나토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러시아와 테러 위협에 맞서 단합을 약속하고 중국의 도전에 공동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 상에서는 나토 회원국이 견제할 대상이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명기한 것이다.

그러나 나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나토는 테러를 배척하기로 했지만 막상 무엇을 테러로 규정할 지에 대한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회원국들의 느슨한 합의는 터키가 시리아를 공습하는데 대처할 명분을 주지 못했다.

지난 10월,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을 '테러'로 규정하고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자마자 공습을 단행했다.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쿠르드족이 미국을 도와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를 퇴치하는데 앞장서고 있었고 테러 단체로 볼 수 없다며 터키에게 공습을 중단하고 철군할 것을 촉구했다. 터키는 무력으로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나서야, 쿠르드족이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하는 조건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터키의 침공에도 유럽 국가들은 말로만 비판할 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침공하고 강제 합병하자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금지 등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선 것과 사뭇 비교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에 앞서 "나토는 뇌사상태"라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이 전략적 결정을 내릴 때 상호 합의를 구하지 않는다며 시리아에서 철군한 미국과 이를 공습한 터키를 모두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테러라는 개념 포함해 회원국들이 동의할 수 있는 미래 계획을 다시 짜자고 주장했다. 정치적 논쟁과 분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토의 존재의 이유와 향후 국제적 정세에 대한 대응 방향에 질문을 던진 것이다. 회원국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나토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필두로 외교 및 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미래에 대한 성찰 과정'을 조직하기로 했다.

터키도 이번 공동선언문에 합의하면서 일단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런던으로 출발하기 전 나토 회원국들이 쿠르드족을 테러 집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회원국을 러시아 침공으로부터 방위한다'는 나토의 구상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그동안 나토가 오랫동안 '적'으로 간주해 온 러시아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나토는 본래 1949년 소련(러시아 등 15개국으로 구성된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도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과 갈등을 일으켜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럽 정상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제안이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 자신이 순진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법을 많이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테이블에 앉은 우리 모두가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터키는 최근 러시아로부터 미사일을 수입한 바 있다. 가디언은 그러나 "실질적으로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폴란드, 발트해 연안국, 독일, 영국 등은 마크롱 대통령의 낙관론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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