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에는 '돈 내라'며 긴장감 조성…마크롱과 기싸움
트뤼도 등 정상들 '트럼프 뒷담화' 장면 포착돼 논란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 AFP=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틀간 머물렀던 영국 런던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귀국길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기자회견마저 취소하고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이틀동안 여러 차례 기자들 앞에서 할 말을 충분히 했다는 이유를 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 지도자들과 다소 껄끄러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이 적은 국가에 '돈을 연체(delinquent)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회원국들을 몰아붙이는 데 시간을 쏟았다. 회원국들이 GDP의 4%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등 이전보다 강한 압박으로 긴장감을 연출했다.
한때 '브로맨스'를 나눴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팽팽하게 대립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나토를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비유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프랑스만큼이나 나토를 필요로 하는 나라는 없다"고 일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의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미국이 프랑스의 '디지털세'를 빌미로 관세 위협을 가한 것과 관련해 "조국과 유럽의 이익을 보호할 각오가 돼 있다"며 맞서기도 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운데)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자신과 관련해 은근히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뒷담화'를 한 게 발각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자회견 취소 발표도 관련 영상이 논란이 된 뒤에 나왔다.
사건은 영국·캐나다·프랑스·네덜란드 지도자들이 버킹엄궁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뒷얘기를 하는 장면이 캐나다 방송 CBC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시작됐다.
여기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막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마크롱 대통령에게 "그래서 이렇게 늦은 거냐"고 묻는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끼어들어 "그는 항상 40분짜리 기자회견을 하기 때문에 늦은 것"이라며 "40분짜리!"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는 매번 기자회견에서 길게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트뤼도 총리가 씩 웃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발표했을 때 그의 팀 입이 떡 벌어지는 걸 봤냐"고 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연다고 돌연 발표하자 미국 보좌진이 당황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뒷얘기 장면'이 언론에 노출되자 일행이었던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일축하기도 했다.
자신의 뒷애기 내용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향해 매우 '위선적'(two-faced)이라는 표현을 쓰며 분노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트뤼도 총리)는 좋은 사람이지만, 내가 (캐나다의) 방위비 지출이 (GDP 대비) 2%가 안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니까 기분이 안 좋았던 듯하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