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운명 결정지을 총선 D-7…젊은층 표심+팩트체크+런던 테러 등 변수 될까]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보수당과 노동당 등 각 정당들은 브렉시트 외 의료, 복지, 주거, 임금 등에 대한 다양한 의제들을 공약으로 내놔 홍보전에 열을 올렸다. 브렉시트 결정을 성사시킨 ‘샤이 보수’(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하기 부끄러워 숨은 보수)가 또다시 득세할지 지지부진한 브렉시트 움속도에 진절머리를 내는 이들이나 당시 기권했거나 투표권이 없던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인근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시위 현장<b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년 전 투표권 없었던 그들, 기성정치 심판 나서나=지난달 29일 오후 2시(현지시간). 영국 의사당이 위치한 웨스트민스터역 인근에는 10~20대 청소년들을 주축으로 수백명이 넘는 시위 인파가 몰렸다.
2018년,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비롯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시위 일환이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기후변화에 대해 기성세대의 빠른 대응을 촉구하는 운동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UN기후 변화 컨퍼런스를 앞두고 이날 150여개국 2300여 도시에서 대규모 학생 파업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런던에서의 시위가 타지역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12일 있을 영국 총선을 정조준했단 점이다.
기후행동(Climate action)을 강조한 현수막 뿐만 아니라 '성에 따른 임금 격차를 끝내자(End the gender pay gap)' '재산 이전에 사람(people before property)'와 같은 젊은이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담은 피켓들은 물론 '토리당(보수당의 옛이름) 아웃'이란 홍보물도 섞여 있어 이번 시위와 총선을 연결지으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교롭게도 시위 전날인 지난달 28일, 존슨 총리는 보수당 대표로서 참석이 예정됐던 기후변화 TV 토론회에 불참해 대중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젊은이들의 선거 참여 열기는 지난달 26일 마감된 유권자 등록에서도 감지됐다. 투표를 하려면 투표일 기준 만 18세 이상의 영국, 아일랜드, 영연방 국적을 가진 시민이어야 하는데 유권자 등록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어야 한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미 4580만명의 유권자가 등록돼 있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마감 당일 하루에만 65만9666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는데 이는 하루 기준으로 해당 수치가 처음 공개된 2014년 6월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약 66만 명 중 25세 미만이 25만2000명, 25세 이상 34세 이하가 20만7000명으로 전체의 70%수준이었다. 유권자 등록 기간 약 한 달간의 총 등록 인원은 약 385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34세 이하는 67%였다.
지난 2016년 브렉시트를 결정지은 국민투표 당시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20대 초반의 직장인 이자벨씨는 "2016년에도 투표를 했었고 이번에도 당연히 할 것"이라며 "주변을 살펴보면 국민투표 당시 18세 미만이라 투표권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겠다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영국 ITV 주도로 열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1대1 토론 모습/사진=AFP<br> |
◇영국 운명 쥔 총선…팩트체크 '열풍'=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말, 영국 언론에서는 때아닌 '팩트체크' 논쟁이 불거졌다. 지난달 19일, ITV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겸 보수당 대표와 제 1야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1대1 토론을 벌였는데 당시 보수당 선거본부 'CCHQ'가 트위터 계정명을 'factcheckUK'로 일시 전환하고 주로 코빈 대표의 발언 반박에 나섰던 것.
가디언은 보수당 캠프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보수당이 그들의 메인 계정을 '팩트체크영국'이라 변경하고 로고를 변경해 그들의 정치적 기원을 숨겼다"며 "그리고 대중에 친 보수당 자료를 전달하는데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도 성명을 내고 "영국 총선 토론 동안 보여진 방식처럼 프로필 정보를 수정하는 형태로 대중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보수당이 이같은 꼼수를 쓴 것은 이번 총선에서 미디어가 그 어느 때보다 '가짜뉴스'를 분별해 내는데 열을 올리고 있고 이에 대한 대중들 관심도 높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BBC는 현재 '리얼리티 체크', 가디언은 '팩트체크, 채널4 뉴스도 '팩트체크' 등의 별도 코너를 두고 이번 총선에서 후보들의 발언을 둘러싼 진위판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의 독자적인 비영리단체 '풀팩트' 역시 총선 기간 내내 후보자들의 발언을 검증 중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18일 코빈 대표가 "우리는 유럽 내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음식을 낭비중이고 가장 낮은 수준의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데 대해 풀팩트는 "유럽연합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재활용률은 2017년 기준 44%로 28개 회원국 중 평균 수준"이라며 "(코빈의 주장은)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런던브리지 테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사진=AFP |
/사진=AFP |
◇런던 브리지 테러 '네탓 공방'에 유가족, 정치권에 일침=총선을 2주 남짓 앞둔 지난달 29일, 테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우스만 칸이 런던 브리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휘둘러 두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런던브리지에서 테러로 8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지 2년 여 만에 이같은 사건이 또 발생하자 시민들은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정치권은 즉각 입장을 내놨다.
존슨 총리는 BBC 등 언론 인터뷰에서 "조기 자동 석방 제도가 좌파 정권에 의해 도입됐다"며 "보수당이 과반을 획득할 경우 테러리스트들은 더이상 조기 석방을 받을 자격 없이 전체 형기를 살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노동당 측은 현 정권의 보호관찰시스템 미비, 경찰 경비력 삭감 등을 문제 삼았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둘러싸고 정치권 '네탓공방'에 일부 유족은 "아들의 죽음을 선동에 사용치 말라"며 "(희생자는) 자신의 죽음이 더 가혹한 형벌이나 불필요하게 사람들을 구금하는 구실로 이용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한편 여론조사업체 ICM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보수당 지지율은 42%, 노동당 지지율은 35%로 집계됐다. 같은 업체의 지난달 25일 조사 결과에서는 보수당이 41%, 노동당이 34%였다. 조사업체마다 격차 차이는 있으나 보수당이 꾸준히 노동당에 앞서고 있다.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넘긴 의석수를 차지할 경우, 커진 당 세력을 업고 예정대로 내년 1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노동당이 판을 뒤집는다면 브렉시트를 놓고 EU와의 재협상 및 2차 국민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