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민정수석실 문건 보이는 고민정 대변인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중 고 대변인이 2018년 1월 민정수석실 보고서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19.12.4 xyz@yna.co.kr/2019-12-04 14:49:42/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을 찾아 노영민 비서실장 지시로 민정수석실이 ‘최초 제보 경위 및 제보 문건 이첩 경과’에 관해 자체 조사한 결과를 브리핑하며 “조사 결과 경찰 출신이거나 특감반원이 아닌 행정관이 외부에서 제보된 내용을 일부 편집하여 요약 정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따라서 고인이 되신 서울 동부지검 수사관은 문건 작성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민정비서관실 소속 A행정관은 2017년 10월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부처에서 파견된 A행정관과 친분이 있던 공직자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A행정관은 원 소속기관에 재직할 때인 2016년에도 제보자로부터 같은 내용을 제보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 행정관은 제보가 담긴 SNS 메시지를 문건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요약하고 일부 편집했다.
A행정관은 “정리한 제보 문건이 업무 계통을 거쳐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추가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또한 “제보 문건의 내용이 비리 의혹에 관한 것이어서 (백 전 비서관이) 소관 비서관실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전달하고, 반부패비서관실은 경찰에 이첩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야당은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비위를 살피는 민정비서관실에서 왜 선출직 공직자 비위 의혹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고 대변인은 숨진 검찰 수사관의 울산 방문은 첩보 때문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관련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실에서 지난해 1월 18일 작성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문건으로 안에는 검·경 간 고래고기 환부 갈등 내용이 담겨 있다. 고 대변인은 “오늘은 고인의 발인이 있는 날”이라며 “이것으로 더 이상 억측과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고 대변인 브리핑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추가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기억에 남지 않았을 정도로 통상적 절차였다”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됐나.
“두 분 다 공직자였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것 같다. A행정관은 ‘청와대 근무하기 전에 캠핑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라고 얘기를 했다.”
-제보자가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과 관련 있는 분인가?
“정당 소속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반부패비서관에게 어떻게 전달했나.
“(백 전 비서관은) 애초에 문건을 보고 받았다거나, 읽어봤다거나, 넘겼다거나 하는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다. 만약에 백 전 비서관이 실제로 넘겨준 것이라면 A행정관이 보기 좋게 편집한 문건을 넘겨주는 형식으로 하지 않았을까 한다.”
-통상 첩보 내용을 보기 좋게 편집해서 이첩하나.
“SNS는 텍스트 문자가 병렬돼있지 않나. 알아보기도 어렵고 내용이 좀 난삽하다. 그렇다 보니까 윗분들 보시기 좋게 정리를 했다. 아무래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 보니까 익숙해서 하던 대로 했던 것 같다.”
-첩보 생성 뿐 아니라 경찰로부터 9번 보고 받은 것 때문에도 하명 수사 논란이 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의도가 있는 잘못된 리크(leak)가 아닌가 싶다. 민정비서관실이 보고받은 것은 마지막 9번째 중 한 번 밖에 없다. 중간에 올라온 보고들은 원 보고 계통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정기적으로 오는 보고서였다. 지극히 일상적인 업무 처리였다.”
-두 행정관이 고래고기 사건으로 울산에 내려갔다가 따로 정리한 내용은 없었나.
“(다른 내용이) 함께 섞여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 상관이 없었으니까. 이 분들은 이 내용도 잘 몰랐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숨진 수사관이 그렇게 하기 전에 확인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일상적이고 별거 아닌 것으로 확인되니까 허탈할 정도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