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0%대를 기록하며 저물가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IMF 이후 거의 20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져 수요 부진에 의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낳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2%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8~9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에는 보합에 그쳤다가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그러나 여전히 0%대에 머물러 11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이로써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동안 연간 물가상승률이 1%를 밑돈 것은 1999년과 2015년 두 번뿐이었다.
지난달 서비스물가가 1년 전보다 0.7% 상승하면서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다. 전·월세 등 집세는 하락했지만, 택시요금(14.8%), 시내버스 요금(4.2%), 외래 진료비(2.2%) 등 공공서비스 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동주택 관리비(5.7%), 구내식당 식사비(3.2%), 고등학생 학원비(1.9%)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올랐다.
소비 여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0.6%로 지난 10월(0.8%)보다 떨어졌다. 이는 1999년 12월(0.5%) 이후 19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소비를 꺼리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1~11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0.9%로 이 역시 1999년 1~11월(0.3%) 이후 가장 낮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공급 측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으로,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되면서 연말에는 0% 중반대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근원물가
농산물이나 석유류처럼 경기 변동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지수로, 실질적인 소비 여력을 보여준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건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 수요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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