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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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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우즈벡에 부는 ‘의술 한류’…병원 문 열기 전 300명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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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 힘찬병원 개원

100억원 투자해 첨단 시설

‘한국형 의료 시스템’ 이식

우리나라서 원격 화상 진료

중앙일보

부하라 힘찬병원에서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가운데 오른쪽)이 우즈벡 보건부 장관(맨 오른쪽) 앞에서 원격 화상 진료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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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힘찬병원 개원식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초폰(우즈벡 전통 의상)을 입은 환영단의 북과 나팔 소리가 어울리면서 마치 축제를 연상케 했다. 7000평 부지, 3층 규모의 새하얀 병원은 ‘사막의 도시’ 부하라의 어떤 건물보다 웅장했다. 현지에 사는 에사노바 마그푸랏(52·여)은 “실력 좋은 한국 의사들이 온다는 소식에 환자가 몰려서 진료 예약만 300명에 달할 만큼 이곳에선 화제”라고 말했다.



우즈벡 의료의 질은 개도국 수준



우즈베키스탄의 의료 수준은 1980년대 한국 수준과 비슷하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4병상(한국은 11.5병상), 1인당 의료비는 한국의 13% 정도에 그친다. 인구 240만 명의 부하라에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은 부하라 국립병원 한 곳뿐이다. 여전히 수기로 진료 차트를 쓰고 혈액·영상 검사를 볼 줄 아는 의사를 찾아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등 의료의 질적 수준도 낮은 형편이다.

100병상 규모의 부하라 힘찬병원 개원이 이곳에서 ‘축제’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개원식에 참석한 바르노예프 우크탐 부하라도지사는 “한국의 힘찬병원을 직접 둘러본 뒤 우리에게도 이런 병원이 생기길 꿈꿨다”고 기뻐했다. 실제로 부하라도는 힘찬병원 유치를 위해 부지 소유권을 무상으로 양도하고 별도의 절차 없이 한국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등 공을 들였다.

힘찬병원도 이에 화답했다. 100억원을 투자해 인력·장비, 환자 서비스 등 ‘한국형 의료 시스템’을 고스란히 이식했다. 현지에서는 한국 의사 두 명을 포함해 정형외과·신경과·내분비내과 등 16명의 의사와 65명의 간호사가 환자를 돌본다. 개원 전 현지 의료진 30여 명을 한국으로 데려와 수술 기법, 약품 관리 등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역시 현지 최고 수준이다. 고화질 전용 코일을 장착한 1.5T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영상촬영(CT) 등 다른 병원에서 보기 힘든 첨단 장비를 배치해 진단 정확도를 높인다. 최소침습 치료를 위한 현미경·내시경·복강경 수술실을 각각 설치해 환자 맞춤 치료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지 의료진 30여 명 한국서 연수



현지에서 진단·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한국의 의료진이 돌본다. 힘찬병원·부산대병원과의 원격 화상 진료 시스템을 통해서다. 지난 7월 부평힘찬병원에서 고관절 수술을 받고 귀국한 입라기모다 샤홀로(44·여)는 개원식에서 원격 진료로 한국에 있는 집도의 왕배건 원장을 만났다. 왕 원장에게 수술 결과와 주의 사항을 전달받은 그는 “실시간으로 영상 검사 결과를 보며 대화하니 더욱 신뢰할 수 있다”며 신기해했다. 부산대병원 흉부외과 이호석 교수는 “척추·관절 분야는 힘찬병원이 심장병·암 등은 부산대병원 의료진이 원격 진료에 참여한다”며 “국립·민간 의료기관 협력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힘찬병원 의료진은 진료뿐 아니라 현지 의료진을 가르치는 교육자로도 나선다. 우즈벡은 한국에서는 당연한 물리치료의 개념이 없다. 전문인력이 아닌 간호사가 마사지 정도의 치료만 해줄 뿐이다. 서정필 부하라 힘찬병원장은 “물리치료에 대한 환자의 요구는 높지만 의료진의 이해도나 장비 활용에 대한 지식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부하라 국립의대와의 협약을 통해 물리치료과를 신설하고 척추·관절 분야 수련을 진행하는 등 한국의 선진 의료를 전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하라 힘찬병원을 둘러본 알리셰르 사드마노프 우즈벡 보건부 장관은 “한국과 우즈벡 사이에 다양한 의료 협력 사업이 진행됐지만 부하라 힘찬병원 개원만큼 중요한 이벤트는 없었다”며 “우즈벡 의료 시스템 개발·발전에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중앙일보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힘찬병원의 잇따른 해외 진출은 이수찬(57·사진) 대표원장의 뚝심이 만든 결과다.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에 이어 국내 최초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 단독 투자를 통한 병원급 해외 의료기관을 개설하며 ‘한술(韓術)’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Q :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A : “우리나라 의료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병원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해외 힘찬병원에서 인력·장비 문제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한국 병원과 연계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자 진료와 유치,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Q :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

A : “해외 진출은 오히려 대학병원보다 중소형 병원이 경쟁력이 있다. 의사결정 체계가 단순하고 정해진 임기가 없어 일관성 있는 투자와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어려운 점은 많지만 해외에서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소형 병원이 성장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Q : 부하라 힘찬병원의 전략은.

A : “부하라 힘찬병원은 치료 실력과 장비 면에서 가장 앞선 병원이다. 외래 진료보다 수술 전문병원으로서 강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지역민 채용을 확대하고 향후 2년간 100명에게 무상 수술을 진행하는 ‘나눔 의료’를 통해 한국 의술, 나아가 한국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것이다.”

부하라=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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