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비리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9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수사 상황을 보고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보고에 부당한 내용이 있는지 찾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경찰이 김 전 시장 주변 비리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증거관계 등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선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의 울산지검 수사 자료,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검찰은 이 보고가 경찰의 해명대로 통상적 수준이었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주요 인물의 소환 등을 보고하는 것 외에도 사건관계인의 진술, 향후 사법처리를 위해 확인이 필요한 사항 등 사건의 증거관계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보고했는지 따져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의 보고에 위법성을 의심할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울산청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기 한 달 전에 청와대에 1회 보고하는 등 청와대에 수사 상황을 총 9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요 사건에 대한 정보 공유 차원이며 통상적 보고였다는 입장이다.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민정비서관실에서 반부패비서관실로 이첩한 후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반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당시 민정수석실이 경찰로부터 9차례의 수사 관련 보고를 받았고 압수수색 20분 전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 절차이며 경찰이 먼저 보고했다고 노 실장은 설명했다.
[그래픽] 전 울산시장 비위 첩보 전달 과정 |
법조계에서는 압수수색 직전이라고 해도 실행 계획을 청와대에 사전에 보고한 점에 비춰, 다른 여러 건의 경찰 보고 내용 속에 사건의 증거관계로 볼 만한 사항들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보고 횟수가 9회에 이른다는 점에서 단순히 경찰이 사건관계인의 소환 조사나 처리 결과 등만을 알렸다기보다는 수사의 의도와 방향을 공유하는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만약 경찰이 중요한 증거관계에 해당하는 내용을 청와대에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청와대가 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어진다는 점에서 검찰은 객관적인 단서를 수집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검찰은 보고가 올라간 시점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노 비서실장은 대부분 지방선거 이후에 보고를 받았다고 했는데, 검찰은 지방선거 전에 보고가 집중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보고가 이뤄진 형식에도 주목한다. 경찰은 울산청이 청와대에 바로 보고한 게 아니라 경찰청에 보고한 것이며, 경찰청이 청와대와 일정 부분 수사 상황을 공유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통상의 보고 형식과 채널을 통해 경찰과 청와대가 소통했는지, 아니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채널과 보고 방식을 활용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주무 부서인 민정수석실이 아닌 정무수석실 산하의 치안비서관실 등 수사와 무관한 곳으로 보고했는지도 검찰은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울산지검에서 넘겨받은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 참고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백 전 비서관과 이광철 민정비서관(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윤모 전 총경(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황운하 청장 등 핵심 관련자들을 소환할 예정이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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