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정치에 입문한 지 만 9개월이다. 2·27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뽑히며 정치를 시작했다. 7월 당직 인선 논란이 있었을 땐 당 내부에서도 "황 대표야 초보 아니냐"(홍준표 전 대표)는 말이 나왔다. 당직 인선이 이른바 '정치 선수'들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취지였다. 8일간(20~27일) 진행된 그의 단식을 두고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과거 다른 정치인들이 단식했던 사례와 다른 점이 적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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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3개나 됐던 요구사항
청와대 앞에서 8일째 단식하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밤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2019.11.27 [자유한국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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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인들의 단식 사례를 보면 요구조건은 1개 안팎으로 간명했다. 지난해 12월 단식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지난해 5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 철회 조건 역시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이었다. 이학재 한국당 의원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9~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외쳤다. 2014년 문재인 대통령의 단식 역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겨냥한 것이었다.
반면 황교안 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내용의 선거법 철회 등 3개 항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단식 초반 정치권에서는 "요구 조건이 너무 많다. 무모하다"는 말도 나왔다. 1983년 가택연금 중이던 YS(김영삼)가 언론통제 해제, 정치범 석방,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한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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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짧았던 기간 '8일'
단식 1~8일차까지 황교안 대표의 모습.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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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저하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단식의 끝은 극적이었지만 단식 기간은 그 누구보다 짧았다. 8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단식을 한 야당 지도자, 현역 국회의원을 통틀어서도 가장 짧은 기간이다. 손학규·이정미(9일) 대표와 김성태(9일) 의원이 황 대표와 비슷한 기간을 단식했고, 조원진(14일)·이학재(19일) 의원은 훨씬 더 오래 버텼다.
전 정부에서도 2014년 정청래 전 의원(24일) 등이 황 대표보다 오래 단식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20일 넘게 단식농성을 진행하다 흡연을 하는 장면이 포착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일 넘게 단식하며 담배를 피우는 게 가능하냐는 이유다. 2016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단식을 해 "뭘 몰래 먹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 모두 황 대표처럼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황 대표가 짧은 단식에도 의식저하 상태에 빠진 걸 두고, 한국당에서는 "페이스 조절 않고 직진하는 황 대표의 성격"을 이유로 든다. 단식 1~2일 차에 추운 날씨에도 청와대 야외 연좌를 하면서 체력 소모가 컸는데도 천막에 전열기도 들이지 않고 버텨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했다는 것이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보통 물을 3000cc는 마셔야 하는데 물 섭취량이 너무 적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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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이어진 동조단식
자유한국당 정미경(왼쪽)·신보라 최고위원이 29일 오전 청와대 앞 황교안 대표 단식농성장에서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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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 등이 동조단식을 이어가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단식에 동참할 의원이 더 있다"(신보라 최고위원)는 주장도 나왔다. 통상 단식주자 쓰러진 뒤 곧바로 동조단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비해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당이 그만큼 궁지에 몰려있다는 취지다.
다만 황 대표 측은 29일 단식 중단을 공식 선언하면서 동조 단식 역시 그만둘 것을 촉구했다. 황 대표는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을 통해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계신 정미경 최고위원, 신보라 최고위원의 나라 사랑 충정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함께 투쟁하자"고 전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날 “아직은 황 대표가 제대로 걷기 힘든 상황이라 입원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기까지는 3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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