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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술의 세계

[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청년이여 희망을 가져라”… 레진코믹스 ‘지금은 가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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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 작가 경험 토대로 기획된 리얼리티 웹툰

가난에 고개 숙인 청년들 그려, 현실감 높여

자극적이지 않지만 잔잔함+공감력 높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그림=레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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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지금은 가난중’

나날이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부의 양극화는 오래된 사회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엔 취업이 힘든 청년층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모습들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단돈 5000원이 없어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이 있는가 하면, 교회 등 여러 기관에서 주는 무료 아침 배급소를 찾아가는 청년들도 생겼다. 경기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청년들의 말 못할 고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레진코믹스 ‘지금은 가난 중’은 이 같은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그려냈다. 직장인이나 취업준비생들이 많은 일반 청년들과 달리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주인공들인만큼 100% 현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청년층에 만연한 가난의 철학 및 사회분위기 등을 웹툰 속 주인공들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다. 실제 웹툰을 그린 토박 작가의 실제 경험이 모티브가 돼 ‘지금은 가난중’이 기획됐다.

주인공은 미술대학 동기인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사리’와 프리랜서 만화가 ‘영고’다. 가난에 찌들어 있는 이들은 하루하루 먹거리를 걱정하던 처지에 잡지사 여행기 삽화와 만화를 맡으면서 재회한다. 사리는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카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고 영고는 만화 위주 작업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하루하루 살기가 버거운 이들은 편의점 도시락 하나에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친구의 결혼식차 들렀다가 자신의 지갑에 들어있는 5만원을 보고 “내 지갑에 이런 거금이 있다니”라며 놀랄 정도니 할말 다 했다.

살 공간도 이들에겐 걱정거리다. 영고는 갑작스레 ‘리모델링을 해야 하니 방을 빼달라’는 임대인의 요청에 고시원으로 옮기게 되고, 큰 맘 먹고 상경한 대학 친구 ‘두루’가 사는 건물의 반지하에 이사했던 사리는 폭우에 방 전체가 침수되며 큰 피해를 본다. 이 과정에 새로운 캐릭터인 젊은 건물주 ‘고수’가 등장한다. 고수는 사리의 집을 리모델링 해주면서 영고, 두루 등과 친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영고는 먹고 살기 위해 성인 웹툰까지 그리게 된다. 사리 역시 유명 작가와 협업하는 출판 작업을 하게 되지만 유명 인사와의 작업은 역시 쉽지 않다. 영고도 결국 계약이 취소되면서 좌절한채 고시원 방을 빼고 잠적하기에 이른다.

친구들은 동해에서 영고를 찾고 동해 해돋이를 보며 각자 힘을 내 살아가자며 서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불행은 젊은 건물주 고수에까지 찾아온다. 부모님이 투자에 실패하면서 남은 것은 고수가 가진 건물 1채가 됐다. 고수는 영고, 사리, 두루와 오래 전에 방치해 둔 가족의 별장에서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이들은 별장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영고와 사리는 서로의 대한 마음을 확인하며 연인이 된다.

이 웹툰은 작품 속 영고가 편집자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처럼 ‘너무 심심하면서 잔잔한 만화’다. 자극적인 ‘매운 맛’은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이런 요소에 재미를 느끼는 독자들이라면 초반에 다소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웹툰이 가진 힘은 잔잔함 속 현실성이다. 한 번쯤은 느낄 수 있을만한 청년들의 생각을 웹툰 곳곳에 그렸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지금 나도 저런데’라는 공감대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캐릭터들을 모두 동물화 시켜 무거움을 일부 덜어냈고 긍정적인 성격의 캐릭터들도 이런 부분에 한몫을 했다. 여기에 해피엔딩 방식도 그간 웹툰 속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독자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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