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 메콩 정상회의’가 열린 부산 벡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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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시아-43]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부산에서 개최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은 '부산 선언'(평화·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비전 및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채택하며 2009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특별정상회의를 마무리했다. 아세안과 협력 관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펼쳐진 '신남방 외교전'을 일부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한국 사회의 아세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만한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국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최종 타결한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겪었던 일이 새삼 떠올랐다. 한국과 아세안 간 시대적 흐름에 맞는 새로운 협력 모델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준 기억이었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진행된 ‘2019년 한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매칭 세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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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정상회의를 일주일 남겨뒀던 지난 11월 18일 아세안 사무국이 위치한 자카르타 시내에서는 '2019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매칭 세미나'가 열렸다. 강원대 부산대 중앙대 등 한국 3개 대학이 보유한 기술 혹은 특허를 바탕으로 해 설립된 중소·벤처기업 13곳이 처음 인도네시아 시장 개척에 나섰다. 현지 파트너와 손잡고 천연물 기반 기능성 화장품, 기업용 통합 이러닝 솔루션, 마이크로 니들 패치 기술 등을 원하는 인도네시아 기업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의들이 들어왔다. 글로벌화에 성공한 한국 중소기업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인도네시아 중소기업들의 요구가 적지 않았던 것.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점은 한국 대학들의 산학 협력 및 창업보육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인도네시아 대학들의 거듭된 목소리였다. 이를 반영해 부랴부랴 추가한 강원대 창업지원단의 '국내 대학과 중소기업 간 산학 협력 현황 및 사례' 세션은 실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당시 행사장에는 인도네시아의 최고 종합대학으로 손꼽히는 인도네시아국립대가 지분을 100% 보유한 컨설팅 자회사를 비롯해 아트마자야가톨릭대, 트리삭티대 등 유수 사립대 관계자들이 참석해 귀를 기울였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내에서도 젊은 세대의 창업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 중 하나로 불린다. 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디지털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미 5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등장했을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들이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인도네시아의 초기 스타트업 열풍을 주도했다고 입을 모은다. 유니콘을 뛰어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도약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고젝 창업자로서 얼마 전 교육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돼 화제가 된 나디엠 마카림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자국 우수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급증하는 등 창업 붐이 젊은 층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대학의 역할이 필요한 때가 다가온 것이다. 즉, 민간기업들이 견인해 온 디지털 경제가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학계가 나서 저변을 넓혀야 할 시점이다. 인도네시아 대학들이 한국 대학들의 창업보육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두 나라 대학들이 대부분 학생 교류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시대적 분위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학들과 창업 지식 공유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스타트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다른 아세안 회원국 대학들과 연계도 얼마든지 꾀해볼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과 아세안 대학들 간의 디지털형 산학협력 모델이 적극 추진되기를 희망해 본다.
[방정환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 /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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