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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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 흐름은 바닥을 다져가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아직 ‘회복’이나 ‘반등’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뉘앙스를 담았다. 이날 발표된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뚜렷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 내년은 2.3%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전망치(올해 2.2%, 내년 2.5%)에서 0.2%포인트씩 낮춰 잡았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성장률 전망과 일치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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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망치를 낮춘 건 수출과 투자 회복이 늦춰지고 있는데다 소비 증가세마저 둔화되고 있어서다. 다만 한은은 정부가 재정집행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1.9%가 아닌 2.0%로 잡았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연말까지) 재정집행 실적이 전망에 못 미치면 올해 2%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엔 세계교역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면서 한국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잠재성장률(한은 추정 2019~2020년 2.5~2.6%)을 밑돈다. 그만큼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뜻이다. 통상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기 시작하려면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 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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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는 “내년 중반부터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IT(정보기술) 업황이 개선되면서 수출과 설비투자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며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년 전에도 한은은 2019년에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되고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거라고 내다봤다”며 “대외변수에 대한 한은의 가정이 좀 낙관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이날 처음 밝힌 2021년 성장률 전망은 2.4%다. 이환석 국장은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 2.4%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경기 반등 시점을 내후년쯤으로 내다보는 셈이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 전망도 크게 낮췄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 내년 1.0%로 내다봤다. 7월 전망보다 0.3%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올해와 내년 모두 0.7%로 전망했다(7월 전망은 0.8%, 1.2%).
그래픽=신재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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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내년 경기와 물가 수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면서 내년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커졌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너스 GDP 갭(잠재GDP와 실질GDP 차이), 1% 물가상승률, 0.7% 근원인플레이션율이란 내년 전망치만 보면 한은의 금리인하 명분이 충분히 확보됐다”며 “내년 상반기, 이르면 1분기에 금리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금통위 본회의 시작 전 신인석 위원을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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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점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7명 금통위원 중 신인석 위원 1명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연 1.25%면 아직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이주열 총재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금통위가 내년 2월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을 60%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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