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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조국 지지자들, 공수처 찬성 서약서 강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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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좌관들 “하루 30∼40통 전화해 협박”

세계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약서를 제출 안한다고 왜 소리지르고, 하루종일 협박질인가요.”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부의를 예고한 다음달 3일까지 닷새를 남겨둔 2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로 대표되는 검찰개혁 찬성 측의 무분별한 전화 공세에 국회 의원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의도에선 “업무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로 힘들다”며 하소연이 쏟아졌다.

◆조국 지지자들 “의원실 전화해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찬성 서약받자”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로 대표하는 검찰개혁 찬성 측은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전화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파란 장미 시민 행동’ 이란 명칭으로 각 의원실에 하루 30∼40통씩 전화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동의한다는 서약서를 보낼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날 본지가 확인한 서약문엔 “선거제 개혁안의 본회의 가결여부와 무관하게 공수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이 포함된 사법개혁안에 반드시 찬성 투표할 것을 국민 앞에 서약한다”고 명시됐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찬성 서약을 보낸 의원들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까지 92명의 의원들이 찬성 서약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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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실 소속 보좌관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여의도 대나무 숲. 최근 해당 게시판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찬성한다는 서약서를 보내달라는 전화 공세에 어려움울 토로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다만 이들의 행동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과도하다는 반응이 의원실에서 나온다.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의원실을 중심으로 전화가 오고 있다”며 “전화를 통해 계속 서약하라고 요구해 정상적인 일반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운동은 조 전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 전 장관 지지자 등을 구성된 ‘개싸움국민운동본부’ 인터넷 카페엔 ‘공수처설치 응답 국회의원 확인 안내’란 글을 통해 ‘파란 장미 시민 행동’ 홈페이지가 공지됐다. 해당 카페엔 “공수처 법안을 상정하는데 동참해달라”며 국회의원들의 휴대폰 번호들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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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보좌관들 “서약서 안 보내면 깽판 치고 협박”, 표창원 “자제해야”

국회 의원실 소속 보좌관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여의도 대나무 숲’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고 있다. 이용자 A씨는 전날 여의도 대나무 숲을 통해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공수처 설치 반대라고 생각하나. 처음 듣는 단체가 서약서 내놓으라고 하네”라며 “소리지르고 협박질을 하루 종일 해댄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용자 B씨도 “요구하는 양식대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한다는) 서약서 제출하라고 그러고 깽판 치는 게 무슨 소용인데”라며 “찬성하라는 의사를 표시하고 싶으면 상대방도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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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장미 시민 행동’이 공개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 찬성’ 서약서. SNS 캡처


이용자 C씨는 “무조건 욕하고 행패. 지역에 나가서 낙선운동 하겠다. 자기들에게 동의한다는 팩스를 보내지 않으면 적폐고 욕먹어야 된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대나무 숲엔 이들의 전화 공세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자신의 페북을 통해 일부 지지자들의 무분별한 전화 공세에 자제를 요청했다. 지난 26일 표창원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 특정 사안 찬반 관련 양식 작성 회신 혹은 공문 발송 요구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반 시민께서도 가급적 확인되지 않은, 공신력 없는 개인이나 유사 단체가 선량한 시민의 공익 기여 심리나 선의를 이용해 사익 추구를 하는 것에 속거나 이용당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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