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 생계비 최대 337만원이지만
대부분 최소 금액인 한 달 67만원 받아
"영업 손실 정확히 계산해서 보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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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정부지원금요? 한 달에 67만원으로 어떻게 삽니까. 이걸로는 생계는커녕 은행 이자도 못내요. 먹고 살려면 은행 대출을 또 해야 하는데 빌릴 수나 있을지 앞이 캄캄합니다."
성경식 한돈협회 연천 지부장(57)은 2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휩쓸고 간 경기북부 축산농가가 추위보다 더 매서운 생계 걱정에 들어갔다. ASF 발병은 잦아들었지만 정부의 예방적 대응으로 지역 내 모든 돼지는 살처분됐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이었던 축사는 모두 비었고 재입식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 지원 없이는 소득거리가 없지만 정작 턱없이 적은 정부 지원에 주민들은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ASF는 구제역과 달리 살처분 이후 2년 가량은 재입식이 불가능하다. 통상 구제역 등 전염병이 돌면 축사에서 돼지를 모두 빼고 소독 작업을 한다. 이후 새로운 돼지를 넣고 다시 사육하게 된다. 이를 재입식이라고 하는데 ASF는 이것이 어렵다. 성 지부장은 "ASF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재입식이 쉽지 않다"며 "정부도 재입식과 관련해 딱히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축산농가의 생계를 위해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생계비는 관련법에 따라 가축전염병 확산방지 차원에서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에 최장 6개월, 월 최대 337만5000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금이 차등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최대금액을 받는 축산농가는 극소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생계비 지원기준을 보면 돼지 살처분 마릿수가 801~1200마리일 경우에만 생계비의 상한액(월 337만5000원)을 받고 이보다 많을수록 생계비는 줄어든다. 1201~1400마리는 275만원, 1401~1600마리는 202만5000원, 1601~1700마리는 135만원으로 단계별로 20%씩 차감하는 방식이다. 1701마리 이상은 67만5000원으로 상한액과 비교하면 270만원이나 차이가 나난다.
문제는 연천 대부분의 축산 농가가 최소비용의 생계비를 지원받는다는 것이다. 성 지부장은 "연천 축산농가 90% 이상이 월 67만원만 지급받을 예정"이라며 "최고 금액을 받는 가구는 1~2농가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생겼을까. 이유는 살처분한 돼지에 대해 정부가 따로 살처분 당시의 시세에 맞춰서 보상금을 지급해서다. 돼지 마릿수가 많으면 그만큼 보상금이 많기 때문에 생계비가 줄어드는 것. 현재 보상 금액을 추산 중이지만 대략 돼지 400마리에 약 1억원 정도가 예상된다.
주민들은 보상금으로는 외상으로 가져온 사료 값 갚기도 버겁다고 항변한다. 성 지부장은 "재입식이 어려워보이는 향후 2년 정도가 농가 생존의 가장 고비가 될 것"며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은행 빚을 얻어 시설투자를 했기 때문에 보상금과 생계비로는 이자도 내기 어렵다"고 읍소했다.
정부는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을 적극 장려해 왔다. 대한한돈협회가 경기 파주ㆍ김포ㆍ연천, 인천 강화 등 ASF 발생농장 및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농장 17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농장들의 전체 융자금 규모가 196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농가당 평균 10억9900만원의 부채가 있는 셈이다.
ASF 발병지역 축산농민과 지역 공무원들은 농림수산식품부를 찾아 김현수 장관을 면담할 예정이다. 축산농민들은 생계를 위해 '영업 손실 보상안'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보상안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영업 손실을 정확히 계산해 보상해 달라는 것이다. 성 지부장은 "언제 재입식이 이뤄질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태로 농가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영업 손실 보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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