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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단독] ‘檢 윤중천 수사’ 질타한 재판부도… “성범죄 혐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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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쪽 판결문 살펴보니 / 진술 번복·기획고소 모의 정황 / 공소시효 지나지 않은 혐의도 / “피해진술 신뢰 못해” 무죄 판단 / 사실상 과거 수사팀과 같은 결론

세계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별장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구속·사진)씨의 1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선고 공판에서 “2013년 당시 검찰이 적절하게 수사권 및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윤씨가 적정 죄목으로 법정에 섰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런데 판결문에는 윤씨의 특수강간 등 성범죄가 왜 성립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공개 재판에서 검찰을 질타했던 재판부가 정작 결론은 2013년 검찰 수사팀과 동일하게 내린 것이다.

27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윤씨의 판결문은 총 129쪽에 달한다.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판결문의 약 절반 분량을 성범죄 혐의 판단에 할애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성범죄 관련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돼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했다. 이 사건 성범죄 부분과 관련해 “피해 주장 여성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검찰 특별수사단(단장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윤씨가 2006년 겨울 무렵부터 이듬해 11월13일까지 A씨를 3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상해를 입혔다는 강간치상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윤씨가 A씨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뒤 유포하겠다고 겁을 주거나, 권총을 겨눠 협박하는 등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뜨려 다른 사람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했다는 내용도 공소사실에 넣었다.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반면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주된 증거는 피해자 진술인데,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려운 이상 개별 강간범행에 관한 피해자 진술 또한 쉽게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일부 개별 성관계 사실조차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까지 든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개별 강간범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진술이 여러 차례 번복됐고, 윤씨와 제주도 여행을 다녔던 점, 권총 협박이 없었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사실상 2013년 검찰 수사팀의 결론과 동일했다.

애초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송치받았던 검찰은 A씨 외에도 윤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여성들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해서였다. 특히 또 다른 피해 주장 여성 B씨와 윤씨의 내연녀 간 대화 녹취록이 결정적 근거였다고 한다.

윤씨 내연녀는 당시 윤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해 고소를 준비 중이었는데, B씨와 함께 일종의 ‘기획 고소’를 했다는 것이다. 내연녀는 자신이 알고 지내는 경찰관을 B씨에게 소개해줬고, B씨는 ‘돈을 받고 성관계를 했다’는 취지로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B씨는 이런 내용으로 해당 경찰관에게 이메일도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수사기록에서 빠진 채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다는 게 다수 증언이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당시 이 사건을 송치했던 경찰 측 기록이 허술해도 너무 허술했다”면서 “그것만 가지고는 도저히 수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3년과 이듬해 두 차례 수사 끝에 김 전 차관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피해 주장 여성이 검찰 수사 결과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했지만, 서울고법도 이를 기각했다. 그러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단 출범을 지시하면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겨냥해 ‘부끄러운 검사들’이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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